-
-
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마르셀 로젠바흐 & 홀거 슈타르크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평점 :
위키리크스!
언제부턴가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단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동영상을 공개해버리고, 거침없이 외교문서를 공개한 겁 없는 친구들...
페이스북의 주커버그가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움켜쥐는 바람에 유명세를 탔다면, 어산지는 무차별 폭로로 더 뜨겁게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다.
위키리크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변변한 이미지도 없이 온통 알파벳으로 도배를 한, 볼품없는 홈페이지가 뜬다.
링크 하나를 클릭하니 엄청난 길이의 페이지가 로딩된다. 나처럼 영어에 선천적인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은 제대로 읽을 엄두도 내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듯 재미없는 사이트 하나가 전세계를 발칵 뒤집었다는 게 놀랍다.
무엇보다 그의 정보 수집 능력이 궁금했다.
이 책, ‘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를 읽었다.
줄리언 어산지의 출생에서부터 현재까지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보통 사람이 유명세를 타면 꼭 따라붙는 게 스캔들이다. 특히 남자의 경우에는 섹스 스캔들만큼 만만한 게 없다.
줄리언 어산지 역시 두 여자와의 섹스스캔들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자유의 나라에서 위키리크스만이 예외가 되어버렸다.
이젠 모든 국가의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존재.
민주국가, 독재국가를 가리지 않고 위키리크스는 공통의 적으로 대접받는다.
그의 신념은 확고한 것 같다.
모든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 비밀 정보는 힘의 불균형을 낳고, 이 불균형은 비밀 정보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지배와 피지배의 경계로 나눈다.
대략 이런 신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정보를 공개한다.
최근 리비아를 비롯한 독재국가들이 민주화 열풍에 휘말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독재자들은 자리에서 내려오거나, 더 크고 강한 칼로 자신의 피지배자들의 목을 날린다.
왜 갑작스레 이런 민주화 바람이 불었을까?
이런 흐름에 분명 위키리크스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위키리크스의 정보 공개는 어쩌면 국가권력이 마지막까지 꽁꽁 숨겨야만 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것 아닐까?
따라서 위키리크스의 행보는 분명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반면에 정보 공개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를 받는 이들도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부정적인 평가도 그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이 ‘부수적인 피해’가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목숨을 요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위키리크스가 이라크 전쟁 관련 동영상을 공개할 때 제목을 ‘부수적 살인’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위키리크스가 ‘부수적 살인’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것과 동일한 이유로 위키리크스의 행위에 따른 피해는 ‘부수적 피해’일 수 밖에 없다.
그럼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는 혁명군 지도자, 또는 민중의 알 권리를 위한 메신저쯤으로 인정받을 수는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이 어떤 쪽으로 모아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부정적이다.
그의 행위가 불필요하다거나, 편협한 영웅심리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위키리크스의 정보 공개가 꼭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에도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영역과 부정적인 영역은 존재한다.
위키리크스의 정보 공개 역시 긍정적인 부분이 많고 꼭 필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부수적 피해’는 긍정적인 영역을 모두 잠식할 정도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앞으로 위키리크스의 방향은 정보 공개와 더불어 그로 인해 벌어지는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시스템이 정보제공자를 익명으로 남겨두기 위해 벌이는 노력은 대단히 놀랍다. 그 누구도 아직 위키리크스의 보안 시스템에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정보제공자의 익명성 보장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정보의 공개로 인해 희생될 불특정 다수에 대한 책임감이며, 그 피해에서 눈 돌리지 않고 바라보는 용기와 책임감이다.
이 부분에 대한 위키리크스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들은 공공의 적으로 머물고 말지, 대중의 친구, 피지배자의 이웃이 될지 결정될 것이다.
이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진실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바로 이 문구가 위키리크스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