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텔레비전의 소멸 - 미디어 시장의 빅뱅은 시작됐다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이연 옮김 / 아카넷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신문, 텔레비전의 소멸 - 미디어 시장의 빅뱅은 시작됐다
사사키 도시나오 / 이연 / 아카넷 

내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처음 만난 것이 1995년.
그 때만 해도 전화에 연결한 모뎀을 이용해서 접속하던 방식이었다. 이미지가 조금만 많아도 한 페이지 띄우는 데에 담배 한 대 태울 시간이 필요했다.
그 당시 내가 담배를 많이 피웠던 것은 어쩌면 인터넷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때는 조금만 검색 해봐도 정말 좋은 도메인도 꽤 많이 남아있었다. 등록비가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 때, 난 왜 인터넷이라는 매체, 매일 사용하던 그 서비스들을 간과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넷의 영향력은 막강해져갔다.
더욱이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컴퓨터가 아닌 다른 도구를 이용해서 더 쉽고 빠르게 접속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대표적인 매스미디어로 손꼽는 신문과 텔레비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합일간지라고 하면 흔히 조, 중, 동을 꼽는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손에 쥔 막강한 권력을 마음껏 이용하고 있으며 그 권력이 떠나가지 못하도록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체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TV역시 마찬가지이다.
공중파 3사라고 불리는 KBS, MBC, SBS가 TV 수상기를 갖고 놀던 시대는 벌써 오래전에 지났다. 지금은 케이블TV, 위성 방송 등을 통해 다양한 채널에서 더 재미있는 방송을 보여주고 있다. 내 부모님 세대가 말하는 공전의 히트작 ‘여로’, ‘아씨’를 비롯해서 내가 보았던 ‘모래시계’와 같은 신드롬은 이제 없다. 퇴근길 차가 줄었다, 방송 시간대에 수돗물 사용량이 줄었다고 말할 정도로 히트를 친 이 작품들은 그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시청률을 보였다. 그 때는 방송국에서 틀어주는 바로 그 시간이 아니면 다시 방송을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TV수상기 앞으로 달려가야만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지만, 그 때는 그게 당연했었다. TV를 통해 방송국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꼭꼭 부여잡고 있던 시절이다.
당연히 그들의 힘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보통 과거가 화려하면 변화에 늦게 대응하게 된다. 그 영화를 놓치려 하지 않고,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쓴 사사키 도시나오는 기자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IT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눈에 비친 미국 언론의 위상 변화는 일본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햇다.
그리고 미국보다 3년 늦게, 어김없이 그 변화가 일본을 뒤덮었다고 한다. 이제 미국이나 일본에서 종이 신문은 더 이상 권력의 중심이 아니라고 한다. 수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고, 과거 권력의 정점에서 지었던 우뚝 솟은 사옥을 매각해야 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TV 역시 큰 맥락에서는 같은 길을 걷고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쇠락하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다.
종이 신문 대신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뉴스를 읽고, TV대신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 그들이 매스미디어가 갖고 있는 힘을 차근차근 해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이 놀랐다.
사실 이 책은 일본인이 일본의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미래를 논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 말하고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
한동안 시끌시끌했으며 지금도 잡음이 여전한 미디어 법 관련 이야기들, 종합편성권을 둘러싼 잡음들... 우리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일본이 거쳐 간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국 미국에서 시작된 지 3년 만에 일본을 덮친 미디어 사태는 이제 우리나라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과연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그 방법 역시 인터넷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정보, 전달자, 소비자 사이의 위상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가장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한다면 분명 길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일본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출판사에서 그 점이 염려스러웠는지 책 말미에 국내 전문가의 글을 실었다. 보론 이라는 별도의 장을 만들어 제법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 부분까지 읽고 나야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갈 것인가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제목부터 무슨 연구 논문같은 느낌을 주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책장을 덮고 나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것을 얻으면 횡재했다고 표현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바로 이런 느낌을 받았다.

소셜 네트웍으로 대변되는,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수다를 많이 떠는 시대에, 그 수다를 떨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매스미디어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키워드라는, 정말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해준 이 책이 제법 맘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