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 발췌 지만지 고전선집 391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 이미애 역 / 지만지 고전선집 

오만과 편견...
정말 오래전부터 들었던 제목이다. 그리고 고전을 별로 읽지 않았던 나로서는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이다.
생각해보니, 중학교 시절 즈음부터 고전을 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전에는 어린이용으로 재편집된 작품을 몇 편 읽었던 것 같지만 중학교 이후로는 고전을 읽은 기억이 통 없다.
 그러던 내가 이번 지만지 고전선집의 리뷰어가 되어 어쨌든 한 달에 한 편씩 고전을 만나고 있으니 꽤나 이색적이고 즐거운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나는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에서 심리학 관련 서적이 아닐까 했었다. 그래서 더 손이 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지만지 리뷰어에게 제공되는 도서 목록에서 이 책이 로맨스 소설, 연애소설이라는 안내를 읽고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분야가 아니라는 사실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이 책을 선택했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이 주는 고전으로서의 무게감과 사랑이야기라는 데에서 오는 호기심 정도랄까?

이 책을 다 읽은 것은 대략 2주 전이다.
공교롭게도 계속 급박하게 처리할 일이 생기거나, 지방 출장갈 일이 생겨서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리뷰를 작성하게 되니 내용이 어땠는지 아리송한 부분도 있고 해서 책을 뒤적이며 글을 쓰고 있다.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영국의 한 가정-그다지 부자도 아닌 그저 그런 수준-의 딸이 주인공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를 찾아서 딸들을 결혼시키는 게 인생 최대의 목적이고, 그녀의 언니와 동생 역시 그런 남자를 만나서 성공적인 결혼을 꿈꾼다.
주인공 역시 결혼을 원하지만 조금은 자존심이 있어서 자신을 선택하는 남자와의 무조건적인 결혼은 싫다.
그런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녀를 사랑한다며 결혼하자고는 하지만 건방지고 안하무인격이다. 게다가 그의 주변 사람들 역시 그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녀는 그의 구애를 거절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남자가 보여주는 행동들, 그리고 자신을 향한 그의 사랑이 진실하다는 것을 느끼고 결국 둘은 결혼한다.
주인공의 이름은 엘리자베스이다. 그녀의 상대는 다시씨...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야기의 무대인 영국의 그 시절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결혼이 갖는 의미,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지위, 친 딸에게조차 재산을 상속하지 못하는 그 시대의 상속법까지...

아무래도 이런 부분에서 지금과 차이가 나고, 신분에 대한 개념도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도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더 큰 문제는 이 책이 원전의 30% 정도만 발췌해서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야기의 전개가 약간은 튄다는 느낌이 든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특히 등장인물간의 대화가 상당히 어색하다.

어쩌면 이 부분은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고전이다 보니 시대적 배경도 다르고, 더구나 우리나라 작품이 아닌 때문에 무조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대화체로 의역한다는 것도 문제가 되었으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를 한다.
따라서 번역을 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책에 몰입하지 못하게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생각해볼만한 부분을 몇 가지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해설 부분을 보면 이런 설명이 있다.
[오스틴 소설의 어디를 보더라도 이처럼 ‘재산을 노리는 구혼자(fortune hunter)'들이 난무한다.]
영어로 ‘포춘 헌터’라고 부르는 이들이 난무하던 시절, 작가는 그런 이들을 등장시키는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이다. 오만과 편견을 이해하려면 이 설명구가 갖는 의미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본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이 부분이다.
[바위와 산들에 비하면 인간이 뭐 그리 대단하겠어요?]
사실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과는 전혀 관계없는 구절이기는 하지만, 이 대사를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구절을 읽은 것만으로 이 책, 오만과 편견을 선택한 값은 한 것 같다.

“당신의 조카와 결혼한다고 해도 제가 그 영역을 벗어난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는 신사고, 저는 신사의 딸이니까요. 그 점에서는 동등합니다.”
이 대사는 엘리자베스의 결혼 상대인 다시와의 결혼이 결정되기 전, 소문을 듣고 찾아온 다시의 친척 레이디 베넷이 그녀에게 둘의 결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신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데에 대해 엘리자베스가 반박을 하며 대답한 부분이다.

이 대사가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을 모두 담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자는 스스로 자신의 고귀함을 증명할 수 없던 시절, 게다가 신분계급이 분명히 존재하던 그 시절에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꽤나 당돌하고 당찬 행동이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엘리자베스의 말은 통쾌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대사 역시 성에 대한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신사라는 것, 그리고 자신은 그 신사의 딸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고귀함을 증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분명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진부하고 고루한 옛날 옛적의 사랑이야기, 아니 결혼 성공기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끌어온다면 “신사의 딸”이라는 것으로 자신의 고귀함을 증명한 엘리자베스가 이 시대에서는 어떻게 자신의 고귀함을 증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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