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는 권력이다 - 남자의 키는 신분, 연봉, 연애와 결혼생활 그리고 그 밖의 것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걸까
니콜라 에르팽 지음, 김계영 옮김 / 현실문화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키는 권력이다. / 니콜라 에르팽 / 김계영 / 현실문화 

이 책의 표지에는 이런 부제가 붙어있다.
[남자의 키는 신분, 연봉, 연애와 결혼생활 그리고 그 밖의 것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걸까?]
우선, 제목과 부제에 호기심이 생겼다.
남자에게 있어서 키는 권력이다? 여자는 아니고?
키가 신분, 연봉, 여자 등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 여자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신분과 연봉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문을 안고 책을 펼쳤다.
일단 이 책은 저자의 모국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나라들의 설문과 사례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관심이 가는 내용이 있다.
유전적으로, 또는 인종별로 키에 대해 불평등한 경우는 없다. 다시 말해 백인이 황인보다 무조건 더 크다거나, 한국인이 미국 사람에 비해 키가 작은 유전자를 가졌다거나 이런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환경적인 측면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가령, 해안가에 주로 사는 집단은 해안이라고 하는 환경이 제공하는 먹거리와 일기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고, 산 속에 사는 집단 역시 그 거주하고 있는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에 따라 그 집단의 평균적인 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내용은, 사람이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키의 크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 잠재적인 크기까지 성장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원인이야 당연히 후천적인 요소들이 작용하겠지만 어쨌든 그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중학생 정도의 나이에 키가 큰 사람이 여러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한다. 가령, 동급생 사이에서는 키가 크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성숙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서 리더의 위치를 점할 가능성도 높고, 같은 이유로 여자에게도 인기를 끌게 되어 키가 작은 사람보다 연애도 더 빨리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더불어 키가 작은 사람보다 결혼을 일찍 하는 등의 이유로 후손도 더 많이 갖게 되어 유전적으로도 유리하고, 직장에서도 단지 키가 크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뛰어나리라는 오해를 받게 되어 직장 생활, 진급, 연봉 등에도 유리한 영향을 받게 된다.

심지어 키가 큰 사람이 키가 작은 사람보다 자살하는 비율도 더 낮다고 한다.

조금 의아했던 것은 이러한 “키의 권력‘이 여자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유가 무얼까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여자의 유전적 소임은 ‘후손의 생산’에 있다. 따라서 여자에게는 그러한 유전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성숙한 몸을 갖는 것이다.
키가 작은 여자는 키가 큰 여자에 비해 성숙에 필요한 시간이 상대적을 짧다고 한다.
뭐, 조금 어이없기는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150cm까지 자라는 것이 170cm까지 자라는 것보다 시간이 짧게 걸릴 수도 있겠지...
따라서 키가 큰 여자는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임신 가능한 상태가 되는 데에 더 시간이 걸린다는 것.

결국, 키가 큰 남자가 적당한 키의 여자와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이 유전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야기이고, 더불어 키가 크다는 것만으로도 남자는 사회생활에서 엄청나게 큰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키가 10cm만 더 컸어도 내 인생은 정말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은 이런 제목을 달고 있다.
[결론, 만국의 키 작은 사람들이여, 단결하라.]
그리고 내용의 중간 중간에 이런 논조를 볼 수 있다.
남녀 차별, 장애 차별과 같은 차별은 법으로 금지되어있지만 실상 그보다 더 심각하달 수 있는 [키에 따른 차별]은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키가 작아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조차도 ‘키에 의한 차별’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당연시하고 있다고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내 친구의 아들 놈!
지금 중학교 2학년인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전교에서 가장 키가 큰 학생으로 동네에서 꽤나 유명했다.
더불어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키는 벌써 185cm를 넘어가고 있고, 체구도 적당히 커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중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키가 크고, 생김새도 멀끔한 덕에 동네 여학생들에게 핑크빛 러브레터를 가끔 받기도 한다는데 정작 본인은 아직은 여자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온갖 장난질하는 게 더 즐거운 그런 학생이다.

이 책에 의하면...
이 ‘친구 아들 놈’은 가장 적절한 시기에 키가 커서 앞으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한 채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한 번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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