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발걸음은 언제나 뜨겁다 - 택꼬의 205일간 리얼 아프리카 여행기
김태현 글.사진 / 더난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뜨거운 태양 아래 때묻지 않은 야생을 가로질러, 걸음을 재촉하는 청춘의 모습이 스쳐간다.  

내게 아프리카란 범접할 수 없는 자연 그 자체였다. 밤이 되면 하늘을 뺴곡히 채우는 수많은 별들과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을 상상했던 내게 저자의 리얼 여행기는 다소 투박하게 느껴졌지만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아프리카는 라이온킹 만화 속에 존재하는 곳이 아닌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아프리카인들의 보금자리인 동시에 급변하는 사회에서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원시부족들의 터전이었다.

 

저자는 가까이서 보고 느낀 아프리카의 모습을 우리에게 가감없이 보여준다. 205일간의 여정을 따라가며 나는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듯 다른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과거와 미래를 그려보았다. 너무도 많은 자원을 가졌기에 오히려 가난한 나라가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는 작가의 말이 유독 가슴에 남았던 것은 어쩌면 그들의 과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산골 마을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호주인 믹과 그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원주민들. 이 땅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은 어느날 갑자기 그들의 삶으로 들어온 호주인과 자본주의 기술로 인해 가난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여행자의 물가대로 받은 요금을 원주민의 요금으로 계산해 값을 치르며 그 수익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며 사는 백인의 모습을 보며 누가 주인이고 누가 외부인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런가하면 순박한 아프리카 아이들이 보여준 그들만의 환영인사는 절로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낯선 이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이곳을 찾은 이방인을 진심으로 반기고 신기해 하는 모습이 순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자가 만난 아프리카인들은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유를 지니고 있었다. 반짝이는 별이 존재하지 않는 밤하늘이 이해가 가지않는 듯 놀라워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온통 어둠만 가득한 한국이란 나라는 어떤 인상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여행은 설레는 만남을 동반한다. 저자는 여행길에서 만난 또다른 여행객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진정 자유를 즐길줄 아는 아름다운 일본인 여성과의 우연한 만남, 뛰어난 작업 능력을 지닌 성인 비디오 감독과의 유쾌한 대화 등 그는 매순간 새로운 인연을 즐겁게 반기는 듯 했다. 여행지에서의 만남은 조심해야 한다는 딱딱한 생각은 버리고 우연이 선사하는 반가움을 기꺼이 즐기는 모습을 보며 진정 방랑하는 청춘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 모코로에 드러누워 노를 젓는 가이드에게 물어봤다.

"언제 행복하니?"

"Any time!"

"정말?"이라고 되물으면서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물론 가이드의 대답은 "Sure!"

P. 44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바라보며 살 수 없는 도시에서는

더 이상 춤추는 별과 같은 존재도 탄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이해한 걸까.

아저씨는 내 설명에 수긍한 듯

"당연하지. 밤하늘에 별이 가득해야 아프리카지"하고 말했다.

P.108

 

책에 실린 다양한 사진 덕분에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솔직함이 묻어나는 글은 세련되지 않았지만 멋스러움 대신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이런 솔직함이 책이라기 보다 여행지에서 하루하루 적어내려간 일기를 보고 있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고 매 순간 보고 느꼈던 저자의 감정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친한 이의 여행담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소소한 이야깃거리들이 가득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투박함과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아프리카라는 공간과 더없이 잘 어울린 청춘의 여행기. 이리저리 걷다보면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든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자 더 늦기 전에 나도 한번 방랑하는 청춘이 되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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