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양이 씨 - 세다리스의 뻔뻔한 동물우화집
데이비드 세다리스 지음, 조동섭 옮김, 이언 포크너 그림 / 학고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약점을 날것으로 풍자하는 새로운 동물우화!

  

 

세다리스의 뻔뻔한 동물우화집이란 머릿말답게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뻔뻔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런 동물들의 행동을 비웃거나 꾸짖을 수는 없다. 그동물들은 바로 우리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했던가.  현실 속 우리들은 저마다 각자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때로는 편견과 위선으로 타인을 대하기도 한다. 양심불량에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동물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오만을 발견하는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헛헛한 웃음이 나는 동시에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쩌면 치부를 들켜버린 인간의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독특하다. 그리고 신랄하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현실을 풍자하고 꼬집는 작가의 능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애완동물로 뱀을 키우는 쥐의 이야기를 읽은 후에는 예상된 결말이었음에도 뭐라 말할 수 없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집 고양이에게 무한한 사랑을 쏟고 있는 내 모습이 쥐에게 겹쳐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뱀을 기르는 쥐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이들도 많겠지만 나로서는 그 대상이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임을 알지 못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부은 쥐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자식처럼 사랑하는 뱀을 위해 다른 동물들의 새끼를 유인해 뱀의 먹이로 제공하는 모습에서는 자신의 아이만을 최고라 생각하고 아이를 위해서는 잘못된 행동도 서슴치않으며 그릇된 방식의 사랑을 쏟는 이기적인 모정의 단면을 보는 듯해 섬?했다. 누구나 자기자식은 한없이 사랑스럽고 예뻐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엄마라는 이름 아래 지나치리만치 맹목적인 사랑을 쏟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식에 대한 애정에 눈이 멀어 옳고 그름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면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 저자는 이 비극적인 이야기의 결말을 통해 맹목적인 모정으로 결국에는 자신 스스로가 피해자가 되어버리고만 어머니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가하면 마치 스릴러 소설을 방불케하는 경계심많은 토끼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지키는 굴 앞을 지키며 찾아오는 동물들을 몽둥이로 내리쳐 죽이는 토끼는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힌 정치인의 모습이기도 했고 이유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싸이코패스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토끼는 담장없이 문만 있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웃는 뱀을 죽인 후 웃음 금지 표지판을 달고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개구리를 죽인 후에는 악담 금지 표지판을 추가한다. 그밖에도 찾아오는 동물마다 목숨을 잃고 난 자리에는 모욕 금지, 멍청한 질문 금지 등의 표지판이 세워진다.

 

이쯤되면 우화라기 보다 다큐에 가깝다. 어느 누가 이런 이솝우화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르고서도 오히려 당당하기만한 개의 이야기는 한편의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오만한데다 사악하기까지 한 이 동물들이 저마다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이책은 어쩌면 동물의 탈을 쓴 인간의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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