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의 남자 - 댄 브라운의 유일한 전기
리사 로각 지음, 권혜아 옮김 / 동네스케치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다빈치코드라는 제목만큼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출간 이후 줄곧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한편, 그 어떤 작품보다 심한 논란에 시달려야 했던 다빈치코드는 댄 브라운을 순식간에 대형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사실 그는 다빈치 코드 이전에 내놓은 작품들이 별다른 인정을 받지 못하며 자신이 평생 전업작가를 할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했다. 그러던 그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온 힘을 쏟아부은 작품이 본인도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마침내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나 역시 처음으로 접한 댄 브라운의 책이 다빈치코드였다. 충격적일 만큼 놀라운 비밀로 무장한 그의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탄생했을까 궁금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오랜 궁긍증에 대한 답이 실린 댄브라운의 전기가 출간되었다.

다빈치코드의 남자라는 제목답게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다빈치코드를 집필하기까지의 사연, 그가 작가가 되기 전 품었던 가수의 꿈 등 댄 브라운이라는 인물이 지나온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의 어린시절 일화였다. 다빈치코드에서 기발한 암호로 독자의 두뇌를 자극했던 댄 브라운의 능력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어린시절부터 장난과 암호를 좋아했던 그의 부모님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여느 집 처럼 트리 밑에 선물을 놓아두지 않았다. 그대신 암호가 적힌 종이를 집안 곳곳에 숨겨두었다고 한다. 그러면 댄 브라운은 동생의 손을 잡고 집안 여기저기에 숨은 암호를 찾아다녔고 마침내 종이에 적힌 알파벳을 조합해 선물이 숨겨진 장소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발하면서도 재치있는 부모님 덕분에 댄 브라운은 어릴적부터 자연스레 암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놀이처럼 즐겼다. 이러한 경험들이 댄브라운의 작품속에 녹아들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그 시절의 댄 브라운이 엄청나게 어려운 암호를 풀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는 부모님이 내 준 암호를 풀지 못했던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자신의 부모님은 매우 친절해서 결국에는 선물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고 답했다.) 어린 댄 브라운이 크리스마스날 선물이 숨겨진 위치를 찾기 위해 암호를 풀어갔던 일들이 훗날 그의 작품 다빈치 코드 속에서 성배를 찾아가는 과정과 흠사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어린시절을 거친 그가 처음부터 작가의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의 원래 꿈은 가수였다. 음악을 사랑한 댄 브라운은 학교를 졸업한 후 가수가 되기 위해 국립작곡가아카데미에 다니게 되고 그곳에서 운명의 연인 블라이드를 만나게 된다. 그는 아카데미에서도 꽤 촉망받는 지망생이었고 실제로 음반을 낸 적도 있지만 대중 앞에 나서길 싫어하는 그의 성격은 가수라는 꿈과는 잘 맞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는 일들이 댄 브라운에게는 곤혹스러웠던 모양이다. 결국 그는 작가의 꿈을 포기하고 대신 책을 쓰기로 한다. 작가는 대중 앞에 나설 필요가 없고 모든 것을 책으로 말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댄 브라운이 만든 음악과 그가 부르는 노래가 궁금하지만 만약 그가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다빈치코드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테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그는 여러방면으로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그 중에서도 자신이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데 성공했다.

또한 그는 작가가 된 후 다빈치코드를 집필하는데 있어 '삭제'키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그의 학창시절 일화를 들려준다. 댄브라운은 과제로 형용사가 잔뜩 들어간 수필을 써서 제출했는데 선생님은 모든 형용사를 빨간 펜으로 지은 후 '단순한 것이 더 낫다'는 메모를 적어 그에게 돌려줬다. 그리고 이 가르침은 댄 브라운의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P. 184

많은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글을 쓰는 것은 메이플 슈가 캔디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이 캔디를 만들려면 우선 수백 개의 나무를 두드려 수액을 채취해야 합니다. 그 후에 가공되지 않은 수액을 몇 통이나 끓여 수분을 증발시키고 계속 고아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작은 캔디를 겨우 몇 개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삭제' 키를 매우 자유롭개 사용했습니다. 독자들이 읽은 다빈치 코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댄 브라운의 전기를 읽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의 과거를 지켜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다빈치코드라는 하나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그가 겪은 실패와 노력들을 이 짧은 전기에 모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다빈치코드에 얽힌 이야기와 그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반복하는 습관들을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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