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창업 교과서 - 사람을 도와 일을 창출하는 소셜 비즈니스의 모든 것
야마모토 시게루 지음, 김래은 옮김 / 생각비행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최근 주류 경제학이 견제를 받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고 세금을 잘 내면서 노동자들에게 임금만 지급하면 되는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에 대한 환원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도 사회 구성의 중요한 주체이기에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이 목표가 더욱 뚜렷하다. 사회적 기업은 말 그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윤보다 사회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한다.


사회적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그래서 중요하다. 기업가와 활동가의 마인드가 적절히 섞여 있어야 한다. 기업가 역량이 부족하면 경영난에 시달릴 수 있고 활동가 역량이 부족하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어렵다.


<사회적 기업 창업교과서>는 일본의 사회적 기업가 야마모토 시게루 씨의 경험과 조언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야마모토 씨는 젊은이를 지원하는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 민간단체)의 법인 뉴베리(newvery) 대표로 재직 중이다. 뉴베리는 새롭고(new), 대단한(very) 것을 심어주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책은 사회적 기업의 창업 단계부터 조직 관리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특히 사회 환원의 가치에 대해 강조하는 게 인상적이다. 지은이는 이윤에 매달리기보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사회적 기업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희망제작소에서 기획을 해 번역한 책이라 일본의 사례를 토대로 해 용어나 실태 파악 등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 좀처럼 자생력을 갖지 못하고 쓰러지는 국내의 현실을 비춰보면 좋은 지침서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꼭 사회적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읽어 볼만한 책이다. 지은이의 최근 신작인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은 사회적 기업가가 되어라>도 빠른 시일 내에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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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의 거짓말 - 워렌 버핏의 눈으로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말하다
최경영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 신경민 전 <문화방송>(MBC) 앵커의 공통점은 부당한 압력에 따라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정 전 사장은 임기가 남았어도 쫓겨나다시피 했고, 신 전 앵커는 외압으로 마이크를 내려놓은 뒤 스스로 방송사를 떠나 정계로 입문해 국회에 입성했다.


여기에 최경영 KBS 기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KBS 새노조에 따르면 4월 20일 최 기자는 파업 이후 처음 사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KBS 새노조에서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로 일했던 최 기자는 그동안 사측을 비판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정 전 사장이 물러난 2008년 여름엔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에서 언론 독립을 위해 싸웠다. 그해 9월 17일엔 탐사보도팀에서 스포츠중계팀으로 보복 발령이 나기도 했다. 낙하산 사장 덕분에 형편없이 망가진 KBS에서 수뇌부의 눈엣가시가 되기 쉬운 인물이었다.


최 기자는 2010년 8월 30일 <시사IN북>을 통해 <9시의 거짓말>이라는 책을 냈다. KBS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에 대한 재조명을 한 책이었다. 당시는 나도 현직 기자 신분이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9시 뉴스는 쓰레기’라는 그의 주장이다. 과격해 보이지만 꽤 설득력이 있다.


방송 뉴스, 특히 9시 뉴스의 리포트는 사건의 단면만을 보여주기 쉽다. 그마저도 편집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이 이뤄질 수 있다. 특정 사안을 과하게 드러내거나 반대로 확 줄이기 쉽다.


예를 들어 야당 정치인이 먼저 15초간 정부를 비판한 뒤 바로 정부 관계자의 해명을 30초 붙이면 심각한 사안도 별 거 아닌 것처럼 만들 수 있다. 정보 유통이 빠른 인터넷 뉴스가 아닌 방송 뉴스에서만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점을 떠올리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실제로 그동안 공중파 3사 뉴스는 이명박 정부가 벌인 문제에 대해 이 수법을 자주 써먹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와 여당의 충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언론에서 가장 무시하고 왜곡한 뉴스로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 보도를 1위로 꼽았다.


최 기자는 <9시의 거짓말>에서 한국 언론의 행태를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대조했다. 버핏은 주식 투자로 30살에 백만장자가 된 성공한 미국인이다. 투자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꼼꼼한 분석과 냉철한 판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언론이 가져야 할 덕목과도 일치한다.


사안을 제대로 바라보고 잘 조사하고 쓰지 않으면 사실 보도가 되기 어렵다. 버핏은 투자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시장을 의심했다. 휘발성은 있지만 거품이 많은 인터넷 기업에는 투자를 꺼렸다. 늘 기업의 진짜 가치를 따지려 노력했다. 그게 버핏을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했다.


하지만 최 기자가 바라본 한국 언론은 이와는 딴판이다. 사안에 대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사실 보도에도 그다지 충실하지 않다. 한 마디로 진실에 대한 접근이 매우 부실하다. 취재 자체가 엉망이다.


게다가 다양한 시민보다 기득권에 선 사람이 내는 목소리가 크다. 이들은 마치 객관성을 담보하는 듯한 전문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훨씬 무게감 있게 실린다. 그러면서 이를 보도한 언론은 대단히 객관적인 척한다. 언론과 전문가가 객관적인 척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최 기자의 지적이다.


언론이 정부나 검찰의 발표를 받아쓰기 하면서 대변인 노릇을 하는 건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심지어 잘 취재한 내용이 전파에 타지 않을 때도 있다. 특종이 정권을 불편하게 한다는 이유로 묻히는 황당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이 책이 나왔을 때보다 2012년 4월 현재의 한국 언론은 훨씬 더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MBC 노조는 지난 1월 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가 역대 최장기 파업 기록을 매일 깨고 있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12주째 결방 사태를 빚고 있다. KBS 새노조와 YTN 노조의 파업도 두 달이 다 돼간다. 언론 환경이 비정상의 극을 달리고 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옹호하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로마 교황청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굴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판정을 나오면서 소신껏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 진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한국 언론을 소신껏 비판했던 최 기자는 회사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옳다는 사실 역시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9시 뉴스는 여전히 거짓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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