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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아난드 딜바르 지음, 정혜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1월
평점 :

소설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는 멕시코에서 25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전 세계 15개국에서 출간되었다. 작가 '아난드 딜바르' 이름으로 출간된 책을 찾아보았는데 검색되지 않는 걸 보니 이 책이 국내에서 소개되는 첫 번째 소설인가 보다.
작가 '아난드 딜바르'
평소 책을 읽을 때, 지은이에 대해 한번 찾아보고 읽기 시작하는 편이다. 글에는 그 사람의 생각이 녹아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찾아봤던 작가의 이력을 떠올리면, 소설에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세계관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
멕시코 작가인 아난드 딜바르의 이름은 '더없는 마음의 행복'을 뜻한다. 그는 긴 시간 동안 동양을 여행했고 인도에 머물렀다. 인도의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의 가르침을 받아 수행하기도 했다.
*인도의 [선데이 미드데이]는 인도의 운명을 바꾼 열 명의 위인들 중에 간디, 네루, 붓다와 더불어 오쇼를 선정하였다. 미국 작가 탐 로빈스 TOM ROBBINS는 오쇼를 예수 이후에 가장 위험한 인물로 평가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쌓인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세계관이 이 소설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작가가 게슈탈트 심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 또한 이 소설과의 연결점 중 하나일수도.
했어야 할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현실만 존재한다.
사람은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리 두껍지 않은 장편소설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 자리에서 마지막 장까지 넘길 수 있을 만큼 흡입력 있는 책이다. 조금은 심오할 수도 있는 주제를 전달하고 있지만, 작가의 세계관에 특별히 거부감을 갖지 않아서인지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몰입되어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주인공은 자신이 저지른 한순간의 실수로 식물인간이 되어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된다. 모든 내적인 의식은 뚜렷하지만 몸 밖으로 표현할 수 없어 오로지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두려움과 외로움에 절망하던 중 '깊은 영혼'과 마주한다. 처음엔 거부감을 갖지만 이내 자신을 내려놓은 뒤, 영혼의 안내자와의 대화를 통해 마침내 '깨달음'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주인공이 외부의 위협으로 인해 진짜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 - 부모님, 앞으로 태어날 자신의 아이,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나 자신 - 에게 편지를 쓰는 부분이다.
부모님 역시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상처와 두려움이 있다는 것,
내 인생을 선택할 자유는 줄곧 나에게 있었고 지금의 결과 역시 나 자신이 선택한 것임에도 자식은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전부 부모님 탓을 한다는 것,
목표와 성취, 부와 지식을 쌓는 것에 대해 몰두하여 정작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잊고 산 것..
주인공이 뒤늦게 후회하는 것들에 공감 가는 것이 많다.
했어야 했던 일들을 곱씹어 생각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며 인생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래서 지금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순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죄책감은 아무 쓸모가 없다.
그동안의 내 자신을 용서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향한 원망을 지워가자.
누구도 내 생각을 지배할 수 없다. 오로지 내 자신만이 내 감정과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
밑줄 노트
"이 삶이 내가 나 답게 살아갈 유일한 기회란 걸 이해하게 되었다."
p.66
"죽음은 너의 조언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야. 그건 죽기를 바라거나 죽음에 대한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죽음이 피할 수 없으므로 낙담하라는 뜻이 아니야. 언젠가는 누구든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는 거지. 죽음은 언제 어느 때든 다가올 수 있어. 이걸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게 새롭게 보일 거야. 죽음이 모습을 드러낼 때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돼. 걱정은 의미가 없어지고 인간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다툼이나 증오, 원망도 사라져. 살아있는 순간을 충실히 살길 원하게 되기 때문이야."
p.110
주변 상황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삶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어. 내 삶의 주인은 나였고, 내 생각은 나의 존재를 결정하며, 난 상황의 노예가 아니란 걸 몰랐던 거야. 변화하고 나아지고, 조화롭게 살 권한이 나에게 주어졌음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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