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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와의 동거는 새로운 형태의 결혼생활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었다. 그들이 사는 20층 아파트에는 다양한 커플들이 모여 살았다. 법적인 결혼보다는 사랑해서 함께 사는 것에 만족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동성 커플, 비혼남과 비혼모, 서로 다른 인종과 나이 차를 극복한 커플. 정확하지는 않아도 다수의 파트너와 교제하는 커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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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사랑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두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죠.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고 여기는 생각 말이에요. 하지만 결혼은 연애와 달리 관습과 제도의 문제를 동반합니다. 반면, 사랑이 결혼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은 불과 얼마 안 된 일이에요.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남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현재의 결혼은 근대 낭만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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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벽한 친밀감이 형성돼야 해요. 가치의 기준도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하죠. 이런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결혼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더군요."
작가의 말
한때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라는 믿음이 지배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동화는 남녀 주인공의 해피엔딩으로 끝났고, 독자들은 아름다운 결말을 기뻐했습니다. 결혼의 신화를 믿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 환상적인 꿈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전통과 보수라는 낡은 외형이지만 삶을 휘두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 것이 바로 '결혼'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험하고 주술적인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