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에게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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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청소년 소설을 읽었다. 지금의 내가 읽어도 공감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가독성이 뛰어나 마음먹으면 단숨에 다 읽을 수 있을 것같다.

"내 목표는 고3이 끝날 때까지 내 몸 속에 있는 눈물을 말려버리는 거다"

<내일은 내일에게>는 주인공 '연두'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아픔과 성장을 보여준다. 연두는 친엄마와 아빠가 모두 돌아가신 뒤, 
새엄마와 이복동생 '보라'와 함께 살지만 바람잘 날 없는 일상을 보낸다. 열일곱 살, 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가정환경이나 형편이 한참 신경 쓰일 나이이지만, 그보다 가족 모두 떠나고 혼자 남겨지게 되는 게 더 두렵다. 나이에 비해 깊은 슬픔을 가슴 깊숙이 숨기고 있어서 일까, 엄마에게 혼날 때면 동생 보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려버리곤 한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고1의 여고생이다. 내 목표는 고3이 끝날 때까지 내 몸속에 있는 눈물을 말려버리는 거다. 무슨 말을 듣든 무엇을 보든 누구와 무슨 얘기를 나누든 눈물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조금이라도 감정 선을 건드리는 말을 들으면 눈물은 자동으로 비어져 나온다"

십 대를 돌아보면 그 시절의 시간은 유난히도 길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고민의 밤은 길게 이어졌고, 빨리 어른이 됐으면 했다. 이 순간이 어서 지나갔으면. 그때마다 어른들은 '그땐 다 그래', '시간이 지나면 그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질 거야'라고 말했지만, 그것들이 당장의 아픔들을 보듬어 주진 못했다. 그들이 말하는 나중이 되기 전에 '내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또래들의 이야기 속에서 위로를 받곤 했었다.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연두는 <제인 에어>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는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기 위해 <제인 에어>를 꺼냈다. 세 번째 읽는 중이다. 중학교 때 두 번, 엊그제 엄마와의 일이 있고 나서 또 한번. 눈밭에 맨발로 서 있던 어린 시절을 지나 당당히 사랑을 선택하고 존중받는 사람이 된 제인 에어, 그녀처럼 되고 싶다는 희망을 얹어본다. 지난밤, 그 희망은 더욱 간절했다" 

그런 와중에 사는 환경과 고민은 다르지만, 역시 아픔을 간직한 아이 '유겸'과 둘도 없는 짝이 된다. 유겸이는 요즘 아이들 같은 호들갑이 없는 조용한 아이이다. 그런 유겸이를 보며 연두는 자신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 사람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핸드폰이 없다는 것이다. 연두는 집이 가난하기 때문이고, 유겸이는 친구들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이다. 두 사람은 아무에게 말하지 않았던 마음속의 슬픔들을 편지를 통해 조금씩 공유하기 시작했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행여 또다시 눈물이 흐른다 해도 바람이 말려줄 거다. 바람은 불고 지나가고 또다시 불어오니까"

<내일은 내일에게>로 다섯 번째 청소년 소설을 쓴 김선영 작가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청소년 감성에 대한 뛰어난 묘사를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두의 시점에서 솔직하고 덤덤하게 이야기를 써 내려간 작가는 이야기를 마친 뒤 <창작 노트>에서 연두에 대한 안쓰러움과 응원의 마음을 긴 편지에 담아낸다.

"너의 상황을 만들고 묘사하면서 나 또한 편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너의 현실을 옴짝달싹 못하게 설정한 탓도 있었지만 십 대 시절, 나의 정서가 자꾸만 소환되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어른이 된 내가 십 대의 '나'를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소설이 주는 재미와 위로로 청소년기 혼란의 강을 건널 수 있었으며, 그때 받은 위로를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시절과 지금의 청소년들이 겪는 환경과 상황은 다르지만 그 순간의 불안한 마음, 우울함, 막막함은 아마 같을 것이다.

연두의 시선으로 쓰이는 이야기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덤덤한 어조를 이어가는데, 그런 덤덤함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드라마처럼 현실이 확 바뀌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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