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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는 짝짝이 ㅣ 웅진 세계그림책 11
히도반헤네흐텐 지음,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1999년 10월
평점 :
스스로의 외모에 대해 고민을 한번쯤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눈이 작은가? 코가 너무 낮아서 이렇게 못나보이는 건 아닐까? 턱을 조금만 깍으면 갸름한 턱선으로 좀 더 예쁘게 보이지 않을까? 난 키가 왜 이렇게 작지. 살이 5kg만 빠지면 얼마나 좋을까? 난 발이 왜 이렇게 크지? 다른 친구들은 손이 이렇게 안 크던데... 나만 왜???
그림책의 이해라는 책을 통해 여러 가지 범주의 그림책들을 접해 보고, 스스로도 그림책에 관심이 많아 책을 구입해서 소장하는 걸 취미로 하고 있지만 새롭고, 아름다운 멋진 글이 곁들여진 그림책을 만나는 일은 정말 기대되고 신나는 일이다.
몇년전 1학년 담임을 하면서 그림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이들을 위해서라기 보다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그림책을 찾아 읽고, 수집하는 일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올해는 6학년 담임을 하게 되었는데 3월 초부터 매주 한 권씩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기로 결심한 터라 아주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그림책을 먼저 소개하기로 했다.
<내 귀는 짝짝이>라는 이 책은 자신의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극복해 가는 리키라는 주인공 토끼의 이야기다. 모든 토끼들이 가지고 있는 쫑긋한 두 귀를 갖고 싶지만 실제로는 축 처진 귀를 가졌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두 귀를 쫑긋 세우고, 할머니가 만든 주전자 덮개를 써보기도 하고, 당근을 귀에 끼우거나 나뭇가지를 귀에 대고 칭칭 동여매기도 하고 그 밖에 동원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써 보지만 결국은 모두 실패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의사선생님에게 찾아간다.
리키의 귀는 지극히 잘 들리고 정상적인 모양과 크기를 가졌지만 보기에 남과 다를 뿐이라는 얘기를 해주는 의사선생님!!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리키는 모든 토끼들이 귀를 가지고 있지만 모양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혹은 어른들에게 지은이가 전하려는 건 뭘까?
처음 그림책을 읽어 준다는 얘기에 6학년 우리 아이들의 반응은 의아했다. 그림책을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1~2학년 동생들이 읽는 책으로만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다 교육적인 사탕발림을 하고 읽어 주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생소하다는 표정으로 시작했는데 리키가 귀를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선 조금씩 얼굴에 미소가 번져갔다. 맨 마지막 페이지를 남겨 두고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엉뚱한 대답들이 다소 나왔지만 전체적인 감상 후 느낌을 짧게 써보라고 했더니 제법 그럴듯한 교훈을 찾아낸 아이들이 제법 나온다. 역시.... 6학년쯤 되니 기본적인 이해력은 충분한가보다.
이번 3월 한달은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 있는 상황,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내 외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길러 주기 위해 그림책을 고를 생각이다.
특별한 느낌 없이 그냥 그림만 봐도 좋다. 아기자기한 토끼들의 모습과 얼굴표정, 따뜻한 색깔의 그림들을 보면 기분까지 좋아지니까.... 뜨아하게 그림책을 마주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새롭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 그건 바로 그림책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