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짜리 배낭여행 - 직장 다니면서 떠나는 하이유경의 야금야금 세계일주
김유경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여행의 필요성과 여행이 주는 행복을 느끼게 된 때가 언제였던가? 바쁘게 살아서가 아니라 두려움이 컸던 것이 사실이고 여행이란 모름지기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진자만이 누리는 사치라고 생각했던 사고자체가 여행을 주저하게 했던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여행은 가진 자만이 누리는 사치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는 것, 언어라는 장벽은 그냥 단순한 불편함일 뿐이란 걸 깨달은 건 정말 얼마전의 일이다.

3번의 일본여행과 베트남, 태국 여행을 거치면서 조금씩 조금씩 여행이란 마약에 빠져들고 있는 나를 볼 때 그 동안 왜 그렇게 작은 일에 주변의 일에만 갇혀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10년간의 직장생활을 거치면서 남들 다 하는 여행을 해 보지 못했던 이유, 뭔가 한가지에 빠지면 끝을 보고야 마는 나의 조금은 무모하고 외골수적인 성격이 언제부턴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사소한 일도 내 나름의 완벽을 기해야 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려는 나의 어정쩡한 완벽주의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할 무렵, 난 6년을 공들여 왔던 취미생활 하나를 중단했다. 그렇게도 오랜시간동안 심혈을 기울이고 온갖 노력을 다했던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와 나를 힘들게 할 줄이야.

시간이 남았다.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조금은 남들의 사는 모습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달까? 그 때부터 조금씩 여행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아주 짧은 국내여행부터 그렇게 시작되었다.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도대체 어디서 부터 출발해야 할지... 운전을 하고 차를 사서 몰고 다니던 중이었지만 난 두려움 많고 소심한 철저히 안전을 위주로 출퇴근과 거리 이동을 위해서만 그동안 차를 이용하고 있던 터였다.

처음 장거리 운전을 해서 갔던 곳은 장장 왕복 9시간을 걸쳐 갔던 전남 무안의 '연꽃 축제'였다. 물론 다녀와서 이틀을 드러눕긴 해야 했지만 갇혀있던 틀을 처음으로 깨뜨렸던 여행이었다. 그 이후엔 조금씩 용기가 생기고 이곳 저곳 가봄직한곳을 찾아 여러 가지 책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여행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그 무언가가 나에겐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벽을 깨버리고 싶은 것도 사실이고 실제로 조금씩 조금씩 실천을 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너무 부러웠다. "어머! 혼자 어떻게?" 사실 지금으로선 온전히 혼자서 여행하는 걸 이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지만 단체로 떠나는 여행에서 느껴지는 제약과 답답함을 충분히 느껴본 나로선 한번쯤 저자의 그런 용기가 부럽고도 부럽다.

올 여름엔 어디로 떠나볼까? 생각 중에 "열흘짜리 배낭여행"이란 책을 만났다. 올해에는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코끼리 트래킹 곁들여 캄보디아 앙코르와트까지 한꺼번에 다녀와 볼까? 막연하게 계획중이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갑자기 러시아, 터키가 와 닿는다. 물론 문외한인 내가 보기엔 너무나도 멋진 저자의 사진기술에 현혹(?)되어 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러시아의 그 푸른 하늘과 넓고 광활한 땅, 그리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왕궁과 광장을 보고 싶어지고 터키에서의 사람사는 냄새가 궁금해진다.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 내가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건간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고 내 온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한 것 아닐까? 여행 중간중간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나눔이 무엇보다 따뜻하게 느껴져 더욱 이 책을 친근감있고 여운이 남게 한다.

책을 읽고 난 직후인 지금, 올 여름부터 당장 러시아로 아니면 가까운 미얀마로 떠날 듯한 용기가 샘솟긴 하지만 꼭 그렇게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꼭 저자와 같은 여행에서의 기쁨과 아늑함, 새로움, 행복,인간적인 그 무엇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느껴보지 못했지만 간접경험을 통해 경험 그 이상의 무엇을 갖게 해 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나처럼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내 안에 갇혀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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