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노리코가 다부치 씨의 전처에 대해 알고 있지?
전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어서 가즈키는 그녀에 대해서는 책에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것이 협조해 주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그게 어쨌다는 건데?”
가즈키는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당시 두 살짜리 아들이 있었다고 들었어. 다부치 씨가 매일같이 비난을 받자 시호 씨는 노이로제에 시달리게 되었고, 결국 이혼 신고를 한 다음 아들을 남기고 자취를 감추었지. 다부치 씨가 복역 중일 때는 다부치 씨의 부모님이 그의 아들을 돌보았고, 출소한 뒤에는 다부치 씨와 함께 살고 있고…….”
노리코는 빼곡하게 적어 놓은 메모를 읽었다.
“대단한 취재력이야. 노리코야말로 저널리스트가 적성에 맞는 거 아닐까?”
“에이~, 설마.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돈』의 내용을 참고해서 취재원을 돌아본 것뿐이야. 가즈키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라고 했더니 다들 자세하게 얘기해 주더라.”
노리코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 참, 그래서…… 다부치 씨는 출소 이후 누구에게도 거처를 밝히지 않고 살고 있었지. 하지만 전처인 시호 씨는 친권을 찾는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의뢰해 다부치 씨의 호적과 주민등록표를 조사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
가즈키는 자신의 얼굴이 굳어 있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거기까지 알아낼 수 있는 거지?
“그렇다고 해도, 위법은 아니잖아. 제대로 절차를 밟았으니까 말이야.”
가즈키는 끝까지 강하게 밀어붙였다. 자신은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자신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시호 씨는 성매매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각성제 사용 전과까지 있어. 친권을 되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가즈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그녀는 친권을 되찾는 소송을 걸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는데, 가즈키가 귀띔을 해 주면서 유도를 했겠지. 그리고 줄곧 아들을 두고 온 것을 후회하고 있던 시호 씨는 그 미끼를 덥석 물었을 테고 말이야.”
노리코가 노트에서 얼굴을 쑥 들어올렸다.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가 마치 노리코의 몸에서 나는 기계의 소음처럼 느껴졌다. 가즈키는 그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시호 씨의 상태로는 아무리 소송을 걸어도 친권이 돌아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가즈키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잖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를 부추겼어. 즉,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미끼로 가즈키의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시호 씨를 이용한 거야.”
노리코의 메마른 목소리가 거실 안에 울려 퍼졌다.
“어떻게 그런 것을…….”
“시호 씨 본인에게 들었어. 가즈키가 ‘아드님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고.”
“물론 조금 억지스러운 방법이었을 수는 있어. 하지만 위법은 아니잖아.”
노리코의 시선이 다시 노트로 돌아갔다.
“시호 씨가 의뢰한 변호사 미키 유타카 씨. 이 사람, 가즈키가 대학 시절부터 아는 사이였지? 책에 있는 감사의 말에 법률 감수도 받았다고 되어 있던데.”
“그런데, 그게 뭐?”
“시호 씨는 변호사 비용으로 20만 엔을 지불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가즈키와 미키 변호사가 공모해서 돈을 얻기 위해 승산이 없는 재판을 부추긴 것이 돼. 개인 재산을 침해한 것이라면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어.”
거침없는 노리코의 말에 가즈키는 마치 차가운 얼음 덩어리를 집어삼킨 느낌이 들었다.
누가 겨우 20만 엔 때문에 그런 일을 해. 미키는 내 저널리스트 정신을 응원해 주고 싶어서 협조했을 뿐인데. 그는 전혀 잘못한 게 없어. 나 때문에 미키가 피해를 입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돼.
“맞아. 네 말대로 나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호 씨에게 친권 회복 신청을 권했어. 하지만 미키 씨는 관계없어. 그는 그런 나의 속셈 같은 건 모르고 일을 처리해 준 것뿐이야.”
“그래? 그러면 미키 변호사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노리코는 붉은색 펜으로 노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렇다면, 가즈키는 다부치 씨가 있을 곳을 찾아낼 목적으로 시호 씨에게 무리한 소송을 권유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야?”
노리코가 가즈키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물었다. 그 시선은 가즈키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스캔하는 전자 음의 환청이 들릴 정도로 차가웠다.
“음, 그게…….”
더 악랄한 방법으로 정보를 얻는 기자와 언론인들도 많다. 그 가운데 그녀의 방식은 점잖은 편에 속했다. 가즈키는 그렇게 말해 주고 싶었지만, 단념했다. “다른 사람도 하는 짓이니까 괜찮다는 거야?”라며 따지고 들 것이 불을 보듯 빤하기 때문이었다.
노트와 펜을 가방에 넣고 있는 노리코에게 가즈키는 서둘러 덧붙였다.
“나는 반성하고 있어. 시호 씨에게는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해.”
“그래? 그럼 그 말도 시호 씨에게 전해 줄게.”
“전한다고? 시호 씨에게? 그게 무슨 말이야?”
“친권 소송, 아직 계류 중이래.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돈』이 출판되고 다부치 씨가 무죄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 영향으로 시호 씨가 아들을 되찾을 가능성은 더 줄어들었지. 그래서 시호 씨, 충격 받았대. 가즈키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네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송을 하도록 부추긴 것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고소할 거래.”
뭐? 뭐라고?
바로 그때, 번쩍이는 천둥 번개의 섬광이 방 안을 구석구석까지 비추더니, 어딘가 가까운 곳에서 굉음이 울렸다. 그 빛은 노리코의 무표정한 얼굴과 매끄러운 피부를 하얗게 비추었다.
“다케시타 요이치 상의 사무국에도 알려야 할 텐데, 오늘은 아무도 없겠구나.”
노리코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주말이 끝나고 평일에 전화해 봐야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이 책을 썼는지는 노리코도 알고 있잖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해서, 잘못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잖아.”
“부패한 정치인의 정치 생명을 종결시켰단 말이야. 그런 남자가 총리의 자리에 앉게 되는 것을 막았다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의미 있는 일을 위해서 작은 악행은 해도 된다는 거야?”
“악행이라니, 그렇게 불릴 정도로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노리코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야. 그게 문제라고. 그런 사람이 저널리스트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가즈키는 피가 거꾸로 솟았다.
어째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노리코는 이런 식으로 나를 규탄하는 것이 도대체 뭐가 좋은 걸까.
가즈키는 그때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협박 전화의 범인을 찾아 준 것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었음을. 노리코는 단순히 범인을 찾아서 벌을 주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가즈키는 과거에 노리코의 ‘정의’ 때문에 인생을 망치게 된 사람들을 떠올렸다.
결국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가 되는 것일까. 선악으로만 세상을 판단하고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노리코는 역시 마음이라는 것이 없는 차가운 사이보그였어. 사무국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당연히 후보 자격은 박탈당할 거야. 그런 재수 없는 작품에 상을 줄 리가 없잖아. 업계에도 소문이 날 거고, 앞으로 일도 하기 힘들어지겠지. 내가 기획한 책을 내 줄 출판사가 있기는 할까. 아니, 그전에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돈』을 출간해 준 가에데 출판사가 곤란해질 거야.
가즈키는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환한 표정을 짓던 편집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
겨우겨우 큰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노리코는 자료를 전부 캐리어 백에 다시 넣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 주는 시작부터 바쁘겠네. 시호 씨에게 보고하고, 사무국에도 연락하고……. 가즈키도 준비하고 있는 게 좋을 거야.”
“노리코, 생각을 바꾸면 안 되겠니?”
“그건 안 돼. 이것은 부정을 바로잡기 위한 거야. 정의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거니까.”
노리코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씩씩한 발걸음으로 현관으로 가더니 레인 코트를 걸쳐 입었다. 가즈키는 멍하니 서서 그런 노리코를 보고 있었다.
“그럼, 내일 점심 모임에서 보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환한 표정을 지으며, 노리코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또다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창밖을 보고 있던 가즈키는 앉아 있던 소파로 돌아갔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연보라색 초대장을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후, 소파 위에 다리를 올리고 무릎을 감싸면서 몸을 둥그렇게 만들어 웅크렸다.
그날 밤에도, 노리코가 떠난 다음에 이렇게 무릎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점심 모임에 가고 싶지 않아, 두 번 다시 노리코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하며 분통함에 눈물을 흘렸다.
이대로 두면 작가로서의 내 인생은 끝나고 말 거야. 어떻게 든 노리코를 설득해야 해. 점심 모임이 끝나면 다시 한 번 얘기해 보자.
그렇게 결심한 가즈키는 다음 날 점심 모임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가즈키는 초대장의 발신인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그날, 나는 노리코를 죽였어.
눈이 부실 정도의 섬광이 번쩍이더니, 천둥소리가 가즈키의 귀청을 찢을 듯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