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는 가즈키의 생각은 3주 후 노리코와의 재회로 무참하게 무너졌다.

 

어느 날 아침, 아파트를 나서는데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드디어 찾았다. 아무리 전화해도 연결이 안 돼서 걱정했는데.”

 

이 애는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가즈키는 아주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근처의 역을 향해 서둘러 걸었다.

 

가즈키, 메일 확인해 봤어?”

 

노리코가 쫓아가면서 물었다.

 

못 봤어.”

 

노리코의 메일 주소도 스팸 메일로 등록해 두었기 때문에 수신함에서는 제외되어 있었다.

 

협박 전화를 건 사람은 니시무라 야스유키야.”

 

……?”

 

가즈키는 무심코 걸음을 멈추었다.

 

“3년 전, 잊혀진 사건 시리즈에서 미성년자 매춘으로 붙잡혔던 배우에 대해서 쓴 적이 있지? 바로 그 남자야.”

 

가즈키는 자신 있게 얘기하는 노리코를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 잠깐만, 지금 뭐라고 했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모처럼 다시 연예계에 복귀했는데 과거가 들추어진 것에 화가 나서 그만 협박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

 

……. 하지만……, 노리코가 어떻게 그걸…….”

 

협박 전화가 시작된 것이 2년 전이라고 했지? 그래서 그 이전의 잊혀진 사건 시리즈에 나왔던 사람들을 찾아가 봤어. 복역 중인 사람들은 빼고 말이야.”

 

2년 전까지 그녀는 일곱 권을 간행했다. 각 권의 소재가 되었던 일곱 명 중에 사회로 복귀한 사람은 세 명이었다. 아이를 학대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아나운서, 대마초를 재배했던 여자 아이돌, 그리고 해외에서 상습적으로 미성년자 성매매를 해 왔던 배우.

 

모두 남몰래 복귀해서 개인 사무실을 차렸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어. 그리고 그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이마무라 가즈키에게 협박 전화를 걸지 않았는지 물어봤지. 물론 처음에는 아무도 순순히 대답하지 않았지만, 목소리 감정을 위해 녹음을 요청했더니 세 사람 중 둘은 더 이상 가즈키의 취재 대상이 되어 해를 입고 싶지 않다면서 허락해 줬어. 그런데 니시무라만 다른 반응을 보이지 뭐야.”

 

니시무리는 얼굴색이 변하면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이건 제대로 고소할 수 있어. 형법 222, 협박죄에 해당되고 가즈키가 정신적으로도 피해를 받았다는 것이 증명되면 204조의 상해죄까지 적용될 가능성도 있어.”

 

노리코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가즈키는 옛날부터 자신의 경우가 되면 완전히 젬병이라니까. 치한 사건 때도 그랬잖아. 의외로 마음이 약해서 자기주장도 잘 못 해. 섬세한 성격이라 그렇겠지? 하긴 뭐, 그래서 사람의 마음에 호소하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야.”

 

그래,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 다들 거칠고 씩씩한 여자로 알고 있지만, 사실 난 언제나 상처도 쉽게 받고 겁도 많은 편이니까. 그런 나를 노리코는 잘 이해하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가즈키는 솔직하게 바로 고마움을 표시할 수 없었다. 이런 도움까지 받았는데, 도저히 고맙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노리코는 나쁜 애가 아니야. 아니, 항상 옳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착한 사람이 틀림없어. 그런데도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량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나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해 준 사람이 있었나? 고등학교 때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도움을 주는 노리코에게 못되게만 굴고……. 인간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노리코가 아니라 나 자신이 아닌가.

 

노리코……, 고마워.”

 

가즈키가 겨우 입을 열어 감사 표시를 하자 노리코가 미소로 답했다.

 

그럼, 내일 점심 모임에는 나와 주는 거지?”

 

내일?”

 

그래~. 가즈키가 감기로 못 나온다고 해서 연기한다고 했잖아.”

 

벌써 3주가 지났다. 노리코와 엮이고 싶지 않아서, 유미코나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이 와도 가즈키는 일 때문에 바빠서 못 나간다고 핑계를 대 왔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계속 모임을 연기하고 있었던 말인가.

 

그럼, 꼭 나가야지.”

 

가즈키는 어쩔 수 없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여기서 또 거절하면 체면이 구겨지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 있은 다음부터 가즈키는 빠지지 않고 점심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아무리 바빠도 자신을 도와준 노리코를 위해서 시간을 할애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세 명도 꼭 참석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모임 날이 되어 유미코가 아이들이 감기에 걸렸다고 연락해 왔을 때는 아픈 아이를 돌봐 주는 도우미까지 섭외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친구들과의 만남은 처음 1년 동안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 9회에 계속 ~


*출간 전 연재는 총 10회까지 진행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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