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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각신으로 찾아온 그들은 여전했다.
누군가는 스케일은 광대해졌으나, 그들만의 소소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난 만족한다.
그들은 조금 더 성장했고, 조금 더 대단해졌으며, 또한 여전했다.
정조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간 그들은, 다른 이들의 부러운 눈길과, 시샘 가득한 눈초리를 받으며,
정조가 지시한 업무에 고생한다. 정말 공무원은 너무너무 힘든 거 같다. 일에 파묻혀 사는 그들을 보면 숨이
턱턱 막히기도하지만, 그들 틈에 끼여 나도 책 한권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잇힝.
4인방은 청벽서가 나타남에 홍벽서에 관한 남은 일들을 말끔히 처리하기도 한다, 윤희 동생 윤식은 좋은 베필을
만나게 되고, 문재신 또한 10살 아래의 아내를 맞이하게 된다. 가끔 보이는 용하의 어두운 표정에 내 마음도 같이
어두워졌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가지의 걱정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용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고, 가끔 그런 표정을 할 때면, 당장이라도 책 속으로 뛰어들어가 토닥여주고 싶다.
난 용하같은 사람이 좋다. 반듯한 선준도 좋고, 온통 매력투성이인 재신도 좋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용하같은 사람이 좋다. 역시 내가 가장 못하는 거라서 그런가......크앙.
정조가 4인방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또한 더 잘 알게 되었다.
윤희가 여인임을 알고 모른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괴로워하는, 영리한 신하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하는 임금의 마음.
'거친' 언어를 '거침없이'사용하는 임금이 벌써 그립다!
어딘가에 빠진다는 것은,
기쁘고, 가슴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또한 슬픈 일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 될 것만 같은데, 이제 볼 수 없으니.
내 머릿 속의 상상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니.
언제쯤 그들에게서 빠져나올까 싶으이.
어딘가에 빠진다는 것은,
우울하고 가슴 아린 일이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허구의 인물이고,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이니.
거기에 울고 웃었던 내 마음이 조금 불쌍하기도 하니.
괜스레 그들에게서 난 소외된 느낌이니.
하지만,
그들을 어렴풋이 기억할 그 날이 오면, 다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갈 것만 같다.
여림용하는 여전히 여인네들의 치맛폭에 살 것이고, 걸오재신은 여전히 자신의 마음에 들지않으면 버럭 소리를
내지를 것이고, 가랑 선준은 늙어서도 그 기품은 여전할 것이고, 대물 윤희는 그런 그들을 보며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니......
괜찮다! 이 정도면!
나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 거 같다!
이쯤에서 그들을 떠나보내는 임금의 말을 잠깐 빌려보겠다.
아니, 임금과 같은 마음이리라.
"향안랑 4인방! 너희들이 보고 싶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