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신서 48
김태웅 지음 / 평민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별 다섯개론 모잘라!!!!!!!!! 

우선 2006년도에 목숨 부지하고 있음을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2005년 말 영화 '왕의남자'를 그리고, 2006년 3월 12일 영화 '왕의남자' 원작 연극 '이'를 보게 해주신

모든 만물들에게(?) 감사 또 감사드린다.

 

이미 영화를 여러차례(9회) 봐온 나로써는 연극'이'가 기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12일을 앞둔 몇일전부터 설레이고 또 설레여 드디어 찾아간 대구시민회관 대 광장.

R석 B열 10번째 자리에 앉아 조금은 높은 듯한 무대를 바라보며 떨리던 가슴을 심호흡으로 다스렸다.

그러니까 무대에서 두번째줄 자리. 주 관객은 나와 같은 20대 여자들.  그리고 간혹 보이는 부부내외.  

공연장안에 들어가자마자 무언가를 태운듯한 냄새에 코끝을 찡그려야했다.

 

공연 10분전. 그 10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오면 안된다는 말을 무시한 채 친구와

난 사온 과자를 섬주섬 먹기 시작했고, '카메라 찍으시면 안되요~'라는 직원의 말을 한귀로 듣고 귀로 흘린채;

어두운 무대를 조금이나마 더 선명하게 찍어보려 애썼다. 무거운 종소리와 함께 불이 꺼지고 공연은 시작되었다.

 

연극은 이미 여러차례 난폭한 행동을 저지른 후 어머니를 위해 향을 피우는 연산군의 무서운 음성으로 막을 올렸다.

꿇어앉은 연산의 주위로 여섯명의 가면 쓴 사람들이  춤을 췄다. 중얼대듯 읊어대는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울렸고,

이어 녹수의 요염한 연기. 그리고 광대들의 유쾌한 놀음.

생각했던 것보다 장생은 너무너무 멋있게 나와버려서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여러차례 언론에서 말했던 것처럼 장생의 비중은 너무나 적었고, 공길이의 위주로 흘러갔다.

솔직히 티비에서나 사진에서의 공길이는 선이 너무 굵어보여서 조금 징그럽기까지 했는데 아니 이게 웬말인가!!!

몸 좋은 공길이에게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영화 공길이에게 푹 빠져버린 나는

연극 공길이가 이렇게 매력적일줄은 미쳐 몰랐다.

 

중간 10분의 휴식시간이 있은 후 2부가 시작됐고, 유쾌한 광대놀음은 어느새 녹수의 계략에 장생은 눈을

잃어버리고, 생을 죽이려는 연산에게 마지막으로 장생의 극을 보자는 공길.

빨간 천으로 눈을 가린 채 무대를 장악하는 장생. 무겁고 딱딱한 발걸음이 점차 강해지고 화를 내는 듯한 장생의

몸부림에 공길이는 한없이 눈물을 닦아냈다. 빨간 천으로 눈을 가린 채 자신의 슬픔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장생의 몸짓에 말로 표현할 수없는 무언가가 내 가슴으로부터 서서히 토해내듯 올라왔다.

점점 장생의 몸놀림은 극에 달하고 아무것도 잃을것이 없다는 장생이, 장생을 보며 한없이 눈물을 훔치는 공길이가 미웠는지,

칼을 들어 장생을 베어버리는 연산.

그리고 장생의 죽음으로 다시 살아숨쉬는 광대로 돌아온 공길.

장생이 말한것처럼 가슴이 벌렁벌렁 거린다는 공길. 그리고 시작되는 공길이의 봉사놀음.

공길이의 힘찬 발걸음이, 해학적인 풍자가 왠지 눈을 찌푸리게 했다.

저렇게 힘차게 발돋음을 함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는 너무 슬퍼보였다. 란이 시작되고, 공길에게 자신을 죽이라는

한 나라의 왕 연산. 연산이 건낸 칼로 자결하는 공길의 눈물과 연산의 미친듯이 웃던 목소리.

 

솔직히 화려한 영상미와 배우의 표정 하나하나가 세밀하게 잡히는 영화를 보곤 눈물을 흘렸지만 설마설마 연극을 보고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들을 보고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말... 난 어느새 눈에 한가득 고인 눈물을 닦아내기 여념이 없었고, 끝내 오열하듯 웃는 연산의  

소름끼치는 목소리에 멍해진 채 뺨위로 흐르는 눈물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또 다시 여섯명의 가면 쓴 사람들이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하고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인사하러 나온 배우들을 카메라로

찍기에 여념이 없어서 배우들이 인사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것이 너무 아쉽다 ㅠ

예전 뮤지컬을 봤을때 거금 10만원을 보고 본 지라, 그냥 '이' 연극도 10만원을 주고 봤다는 생각에,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연발했었는데 알고보니  5만원 이였다는 것..하하하

 

대구시민회관을 나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집에 가는 그 시간까지 다시 보고 싶다를 연발한 우리.

영화는 영화 자체로 좋았고 연극은 연극 자체로 좋았다. 더 응큼하고 더 해학적이고 익살스런 광대들과 미친듯한

연산과, 선 굵은 매력적인 공길과 한없이 멋져보이던 진짜 광대 장생.

 

영화는 영화 , 그리고 연극은 연극.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나에게 재미를 주고, 감동을 주었지만, 그들에게서 느낀 열정은 한가지가 아니였을까.

2년 전부터 연극을 해왔다고 들었는데, 그럼 지금까지 몇십회나 해왔을텐데 그때마다 그 역에 몰입하고 눈물을

흘리고 그 느낌을 정확히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그들의 신비한 능력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아, 사실 연극을 보고난 뒤 기립박수를 쳐드리고 싶었는데..ㅠ

사진찍느라 미처..으휴..다음에는 꼭!!!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와, 생각할 수 있는 머리와, 느낄 수 있는 심장을 주신 모든 신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우리 광대들에게도 더할나위없는 감사의 뜻을 전하고싶다.

당신들덕분에 약 2시간 반동안 원없이 웃고 울었다고...

당신들이 느낀 그 모든것들을 내가 다 느꼈을지는 몰라도 난 그것에 충분히 행복함을 느꼈다고..

그리고 나도 수많은 광대들 중 한명의 광대라고...

가슴 벌렁거릴때만 살아있다고 느끼는...^ ^

 

 

"난 내 가슴이 벌렁거릴 때만 살아있다고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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