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괴짜인 게 분명하다.

보통 의사라면 하얀 가운에 샤프해 보이는 실테 안경,

그리고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한 믿음직한 말투와,

깔끔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래, 보통 의사들은 말이다.

 

그런데 '의학박사.이라부 이치로'  라는 종합병원 신경과 의사는

공중그네, 인더풀

툭 튀어나온 배, 부스스한 머리카락과 기생하는 비듬,

기름기 줄줄 하얀 얼굴.  인터풀에 등장하는 히로미짱의 말을

인용한다면 '하얀돼지.'

그래, '의학박사.이라부 이치로'라는 명찰을 의사가운 가슴팍에

단 이 남자가 그렇다.

 

몇편의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져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라부'의 환자들의 1인칭으로

이야기는 나눠져있다. 책을 읽기 전엔 그랬다. 그냥 단순히

웃긴거보단 충분한 감동도 스며들어 있을꺼라고.

억지눈물 같은 거 말이다.

아니 이거 그런데 가관이다? 감동? 푸하하하

찾아볼 수 없다. 실실 웃게 되다가도 혼자 킥킥 거리게 된다.

그러다가 또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분명 그 속엔 무엇인가가 있다.

 

분명 상담은 해준다. 환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그런가?;)

그에 대한 묘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그 묘한 해답이 미친짓이란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 묘한 해답이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 환자들은

실행에 옮겨버린다.

 

보통 그렇지 않은가? 보통 의사는 환자가 완치할 수 있을때까지

치료해준다. 그러니깐 정상적으로 말이다. 약을 처방하거나,

그에 맞는 수술을 하거나 말이다.

그런데 이 괴짜 의사 이라부는 '비타민'이라는 주사만

놓아준다. 그리고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주사바늘을 보며 얼굴이

뻘개지면서 흥분을 한다.

 

그러니깐 분명 돌팔이 같은데,

그를 찾은 환자들은, 미친짓이란 걸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그를 다시 찾는다. 그리고 서서히 그 병을 치료해간다.

약이라는 건 '비타민 주사'를 놓는 거 밖엔 없는데 말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고,

남들을 의심했던 환자들이 서서히 감았던 눈을 뜨게 되고,

잠재우고 있던 세포들을 깨우며,

자신의 결함을 찾게 되고, 이라부의 말도 안되는 처방전을

받아 스스로 자신의 병을 치료해 간다.

 

암이니 뭐니 그런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병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들에게 찾아볼 수 있는 사소한 병들이다.

남을 의심하는 병, 남을 믿지 못하는 병,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병..

분명 우리들에게 존재하는 사소한 병들..

그것들은 점점 커져서 마음속에 깊이 뿌리를 박은 채

나가지 않으려 한다.

 

그것들을 이라부는 신통하게도 고쳐낸다.

아니지, 직접적으로 고쳐낸다기 보단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고나 할까.

무슨 일에든 열성적이거나, 충동적인 호기심이라던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것을 해버리다던가,

이런 모습을 보여 주면서, 넌지시 건낸 이라부의 한마디에,

환자들은 자신의 병과의 싸움에서 이겨버린다.

 

말 한마디에도 큰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짜증나는 거래처의 주둥이를 찢어버리고 싶을때

당장이라도 달려갈 수 있는 '의학박사.이라부 이치로'가 실제로

있다면..

난 아마도 단골이 될텐데 말이다.

 

"어~이, 마유미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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