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채소밭 - 1,000원 씨앗으로 가꾸는
이토 류조 지음, 이용택 옮김, 장진주 감수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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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이전에는 매 끼니마다 고기가 올라온다면 그 집은 참으로 잘사는 집이구나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고기를 먹을 수가 없어서 풀만 뜯어먹고 살던게 불과 몇 십년 전이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없어서, 가난해서 먹을 게 없는 사람들이 값싼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를 먹고 살이 찌고 있으며 부자들은 무농약, 친환경 먹거리를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몇 년 안되는 사이에 웰빙이라는 단어가 우리집 강아지 이름보다 더 친숙해져버린 지금에는 자신이 먹는 식재료를 자신이 직접 키워 먹는 게 점점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요즘엔 '도시농부'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다. 어린자녀들 체험학습을 위해서 서울인근의 주말농장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집 앞 텃밭을 이용하여 채소를 길러먹는다. 옥상이 있는 양옥에서는 옥상에 채소를 기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난 가난하고 땅도 없지만 웰빙은 하고 싶고, 채소는 대체 어디서 어떻게 키워야 한단 말인가??

그 고민을 해결해 줄 장소가 우리들의 집에는 모두 다 있다. 채광창과 베란다가 그 답이다. 단, 북향이라면 제외지만 말이다.

 

  - 의욕적으로 시작한 식물재배. 영양부족과 채광부족, 환기부족으로 금새 죽어버렸다.

 

2013년부터 텃밭을 일굴 생각으로 작년 2012년부터 연습삼아 허브를 기르기 시작했다. 물론 대파, 배추등의 작물도 씨앗부터 기르기 시작해보았다. 나름의 노하우는 쌓였지만 집에서 채소를 기르는 것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린게 작년 가을이었다. 허브를 제외하고는 집에서는 못기른다고 결론을 내렸고 응애에 감염되지 않은 몇몇만 기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집에서 채소를 기른다는 내용의 이 책이 나왔고 믿음 반 불신 반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마침 이 책이 나올 때 '베란다 채소밭'으로 유명한 후둥이 블로그를 정독하고 있던 때였는데 우연찮게 후둥이가 이 책을 감수한 것을 알게 되었다.

  

 - 모종 만들기 모습. 경험상 모종을 만든 후 옮겨 심으면 성공활 확률이 확실히 높아진다.

 

일본사람이 수경재배 방법을 쓴 책이라 솔직히 반신반의했었으나 책 안에 기술된 내용을 보아하니 실패하지는 않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작년 1년 동안 허브를 길러보며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 중에는 먼저 씨앗에서 모종을 만들어 옮겨짐는 부분이다. 씨앗을 흙에 먼저 심을 경우에는 씨앗이 발아하기 위한 온도와 습도를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 부분을 스티로폼과 화장지로 해결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스티로폼을 이용하는 것은 추후에 재배용기에 설치하기에 굉장히 편한 방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보통 흙으로 발아시켜서 옮겼던 나의 경우에는 뿌리가 종종 상하는 경우도 있었고, 옮겨 심은 후 죽은 녀석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굉장히 유용한 방법을 많이 제시하고 있었다.

 

 - 채반과 투명 플라스틱 홀더는 다이소에서 구하기 힘들다. 오픈마켓에 수경재배 용품 판매자가 있다. 

 

수경재배를 위한 재료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기는 하나, 집 주변 다이소에 가보니 채반을 구할 수가 없어 인터넷으로 구매해야만 했다. 그리고 원예용 질석은 다이소에서 구입이 불가했다. 결국 쥐마켓 등의 오픈마켓을 이용해야 한다. 

 - 물로 키울 수 있다는 말에 집에 남아서 비틀어진 마늘로 실험해봤다.  

 

수경재배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비료사용이 아닐까 싶다. 산에서 가져온 흙을 이용한다면 흙 안에 유기물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비료는 필요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되려 그것이 병충해를 불러오고 집에서 기르는데 필요한 영양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책에서 제시한 대로 적정한 비료사용은 집에서 작물을 키우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대유물푸레액상비료 역시 오픈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 책에 적힌 비료를 주자 작년엔 볼 수 없었던 꽃까지 피어나는 스위트바질

 

하지만 몇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아직 준비하고 키워보는 중이기는 하나 현재 살고있는 집에서 성공할 확률은 굉장히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비록 이 책에 적힌 비료사용으로 작물들의 엄청난 성장이 눈으로 보이기는 하나, 햇빛이 적은 환경 탓으로 작물이 웃자랄 가능성이 높다. 웃자라는 채소의 경우에는 줄기가 쉽게 끊어지는 것을 작년에 목격했다. 이 책에는 채광기준이나 채광기준에 따른 작물선정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의욕적으로 작물재배를 시작하는 사람의 경우, 베란다 배치에 따라 채광이 부족해서 실패로 끝날 작물이 몇몇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본서적에 사용된 사진을 그대로 넣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사진을 넣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감수자인 후둥이 블로그 사진을 넣어서 좀 더 보완하여 개정판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또한 국내에서 기를 경우, 사용한 재료의 명칭, 규격, 구입처, 제조원 등을 명확히 제시한다면 좀 더 쉽게 재배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해 곧 이사갈 집에서는 더 많은 작물을 키워볼 생각이다. 수경재배를 위해 베란다 위치와 배광 정도도 체크해보려고 한다. 자기가 키워서 먹는 채소는 분명 마트에서 구입하는 채소보다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단순히 채소를 키워서 먹는 행위가 돈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육체적인 삶과 정신적인 삶이 조화를 이루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키우는 즐거움, 작물이 성장하며 주는 향기,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기쁨을 수경재배를 통해 함께 누려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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