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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펨캄덴으로 오세요 5
소야 유카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사실은 이런 류의 꽃발 날리는 만화는 정말 싫어하는 취향입니다. 어쨋든 가볍게 보자라는 생각으로 빌렸기에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1권을 다 읽고 났을때는 정말로 실망해버려서 빌려보는 주제에 돈이 아깝다,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이야기는 하나도 개연성이 없고 인물들은 또 하나같이 밋밋하고 게다가 왜 그렇게 이야기는 급박하게 흘러가버리는 겁니까. 그걸 몽땅 보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한페이지안에 들어가는 그 수많은 컷들은 보다보면 절로 두통이 일어날 지경. 게다가 뻔히 보이는 스토리까지. 레지의 감옥신에서는 이 사람 바보아냐?!라는 생각까지 하게 합니다. 한마디로 잘못 골랐다라고 생각하고 엄청나게 낙담했죠.
그런데, 권수가 슬슬 넘어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아무래도 작가는 초반에 의욕이 지나치게 넘쳐버렸던 모양입니다. 앞쪽의 정신없이 지나간 이야기들이 숨은 의미들이 혹은 미쳐 말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들이 슬슬 제모습을 드러냅니다.(결과적으로 이야기의 순서가 좀 엉망입니다-라고 작가 스스로도 후기에 써 두었더군요) 그리고 나자 그 정신없던 진행들이 다시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게 되면서 토펨캄덴이라는 나라가 단순히 발음하기 힘들기만 한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신의 키에 차가운 표정의 코안경 쓴 미남이라는 엄청난 메리트를 지닌 설정의 레지가 살아납니다. 특히 레지(혹은 그런 타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냥 3권 한권만 사서 보셔도 상관 없을듯합니다. 3권은 자신의 그녀를 위해서 대신 곤란을 자처하고도 사실을 말 못한체 그렇게 덮어쓴 불행을 해결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어눌한 마법사의 이야기입니다.(네타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애매한 표현;)
딱 제 취향이기도 하지만 단편집으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1권의 그림수준에 비하면 감격스러운 발전이죠.(웃음) 1권의 그림수준이 그렇게 나빴다는건 아닙니다. 어딘가 동화책의 삽화를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정리가 전혀 안되더군요. 그것만 어떻게 한다면 좋은 그림체가 될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일단 2권부터라면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1권은 취향이 그렇지 않는한 도저히 무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