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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우인장 11
미도리카와 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1권 처음 샀을 때. 첫 장 펼치자 마자 신음했다. ' 아는 얘기다! ' ...그러니까 조바심을 못 참고 어둠의 경로로 애니메이션을 봤기 때문이다. 다행히 뒷 이야기들은 아직 애니화 되지 않은 이야기라서 즐겁고 또 행복하게 읽을 수 있...겠거니 했는데. ..결국 눈물 뚝뚝 흘리며 읽어야 했다.
사람들은 나츠메 우인장이 따뜻하고 다정하고 상냥한 이야기, 라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 나츠메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이야기 자체가 마냥 즐겁고 경쾌하지만은 않다. 장님들의 세상에 홀로 떨어진 정상인의 이야기가 그저 행복할 수 만은 없는 탓이다. 타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은 일견 대단한 능력인 것 같지만 한편으로 따돌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며 따돌려졌어도 나츠메는 정말 기적적으로 그 착한 성품을(아마도 천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이 천성이 상냥한 소년이 어떻게 현실을 버텨왔어야 했는지, 11권은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나츠메는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신 엄마보다는 다정하게 자신을 쓰다듬어주고 끌어안아주었던 아버지를 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아연해한다. 왜 기억이 안 날까 고민하는 나츠메에게 아버지와 살았던 옛 집을 팔게 되었다는 연락이 오고, 망설이던 나츠메는 야옹선생과 함께 마지막으로 집을 보러 가게 된다.
사실 예전의 나츠메였다면 안 봐도 상관없다며 억지로 웃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11권에 수록된 타키네 집에서 있었던 사건에서 나츠메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에 용기를 얻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바로 그 ' 용기 '로 과거로 한 걸음 내딛는 나츠메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 그 때 알았다. 아무리 원해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잊어버리기로 결심했다 '
돌아가신 아버지를 아무리 그리워해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어린 나츠메. 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은 포기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억지로 잊기로 한다. ' 포기하면 편해 ' 남들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그 가벼운 문장이 이 소년에게는 이다지도 무겁다.
타키네 이야기에서도,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나츠메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보이는 것에 대해 숨김없이 말하고 그리고 이해 받는다.(타누마 등 일부 사람들 한정이지만;) 나츠메를 이뻐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늘 숨기고 참아내기 급급한 나츠메 대신 화를 내주고 올곧은 이해를 건네는 타키나 타누마는 그저 고맙기만 하다. 마지막 장면, 옛 집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참고 억눌러오던 나츠메가 아무도 없는 폐가에서 숨죽여 울며 주저앉는 모습은 그래서 더더욱 애달팠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곪은 상처는 터뜨려야 낫는다고, 오히려 나츠메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야옹선생과 과거를 추억하며 빙그레 미소짓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그런 그런 나츠메를 기대하는 것 만으로도 나츠메 우인장 11권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다. 다음권은 또 언제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