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2
야마다 유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몇 년전에 원작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었다. 선전에서는 분명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했다. 물론 세심하게 엮어나가는 인물간의 관계, 군더더기 없는 전개, 섬세한 묘사 같은 점은 분명 훌륭했다. 근데 소재가 좀.. ?  

소설 안에서 대놓고 다다와 교텐의 관계를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뭐가 어떤데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교텐에 관한 설명만 보면 '이쪽' 작품 몇 개만 읽어본 사람에게는 좀 식상하다 싶을 정도로 흔한 소재에 흔한 전개였기 때문에 의혹은 가시질 않았고, 혹시나 하는 맘에 찾아 읽어본 미우라 시온의 다른 작품 ' 월어 '를 읽고나니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아하. 노리고 쓴 거였군. 최소한 보이즈러브를 모르고서는 이런 작품을 쓸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심증(?)이 이번 만화화로 확신으로 바뀌었으니, 작화가 이름을 보고서다. 야마다 유기. 보이즈 러브, 일명 bl에서 이 작가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싶을 정도로 유명인 되시겠다. 그리고 2권 후기를 보아하니 원작가 선생께서는 bl을 상당히 오래 읽어오신 듯, 야마다 선생에 대한 엄청난 애정과 존경과 감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원작과의 높은 싱크로율이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다.

원작을 재미있게 읽었고 읽으면서 의심(!)하며 동시에 상상해오던 장면들이 만화화 된걸 보자니 즐거우면서도 기분이 오묘했다. 다다는 말 그대로 아저씨인데 잘 가다듬으면 멋질 것 같은 훈남이시고 교텐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야마다 유기의 단편집에서 자주 발견되는, 현실에 있을 법한 그러나 어딘가 사차원에 좀 더 가까운 캐릭터는 그야말로 교텐에 딱 들어맞았다. 사과꽁지 머리가 귀엽게 어울리는 4차원 캐릭터는 역시 야마다 유기가 최고지 하며 읽는 내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러고보니 동일 만화가의 다른 작품에 분명 사과꽁지머리 캐릭터가 또 있다.. 혹시 그거 보고 만화가 선정한걸까?) 

진행을 보아하니 대충 3,4권쯤에 끝날 것 같다. 2권 말미에 교텐의 과거에 대해서 언급하는 걸 보니 많아도 5권 이상은 넘어가지 않을 듯. 2권 말미에 붙은 외전은 장갑을 사러 백화점에 간 교텐과 다다를 묘사한 짧은 단편소설이었는데 가볍게 웃을 정도는 되었다.

원작을 읽고 뒷이야기나 외전이 아쉬웠던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겠지만 혹시라도 야마다 유기의 뭔가 보이즈러브 다운 씬(...)을 기대하시는 독자가 있다면 기대를 접으시기를. 아무리 봐도 원작에 표현된 그 이상을 절대로 넘을 것 같지 않다. 그냥 노멀물이라고 생각하시고, 남자 둘의 귀여운,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해지는 인간적인 드라마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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