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토끼가 있다고? 문지아이들 89
한나 요한센 지음, 클라우스 줌뷜 그림, 김서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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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럽고 황당하고 즐거운 세 가족 이야기 
<파란 토끼가 있다고?>를 읽고
 
 

 
세상에 이런 동화책이 다 있다니! 지금껏 읽은 동화 중에 제일 재밌고 매력적이다. 설정부터가 기발하고 깜찍한 게 사람을 사로잡는다.

전편 <공룡이 있다고>에서 멸종된 공룡이 삶은 달걀에서 부화되어 나온 데 이어 이번 <파란 토끼가 있다고?>에서는 생물학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파란' 토끼가 알을 깨고 나온다. 이 엉뚱하고 황당한 상황 자체가 일상의 고루를 단숨에 깨면서 마음씨 착한 자비놀이 두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자비놀과 공룡과 파란토끼 가족의 옥신각신 일상사
 
줄거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자비놀이 투정부리는 어린애 대하듯 두 동물, 공룡과 토끼를 돌보면서 살아가는 일상이 주를 이룬다.

내용을 보면 그야말로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인데 책을 읽는 내내 자비놀과 두 동물이 고시랑고시랑 말을 주고받고 음식을 먹으면서 가족처럼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동화라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일상을 편안하게 속삭이듯 재현한 일기 내지 르포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아마 그건 작가 한나 요한센이 공룡과 토끼에게 부여한 캐릭터 덕분일 거다. 공룡이라고 하면 일단 덩치가 무지 크고 무시무시한 육식동물이고 성질이 포악 잔인하여 눈에 띄는 건 덥석 잡아먹어 버리거나 찢어놓는 동물로 연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공룡은 귀엽고 앙증맞아서 가까이 있으면 살짝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생각 없이 말하고 원하는 게 있으면 생떼를 쓰고 눈에 보이는 것마다 이게 뭐야 저게 뭐야 꼬치꼬치 물어대는 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대여섯 살짜리 꼬마랑 흡사하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건 공룡 고유의 성격 역시 지금의 캐릭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 있다는 점이다.

파란 토끼 역시 마찬가지다. 겁 많고 소심하고 게으르고 도망치는 거 말고는 잘하는 게 없을 것 같은 토끼의 본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비놀이 감춰둔 파슬리며 당근을 슬쩍 먹어놓고는 시침을 딱 떼는 게 여간내기가 아니다. 게다가 덩치가 점점 커지면서 매사 야무지지 못하고 덜렁거리는 공룡을 집적거려 약 올리고 골려주는 게 거의 ‘톰과 제리’에 나오는 제리 수준이다.

프리랜서 기자인 자비놀 역시 겉보기만큼 평범하지 않다. 전에는 어떤 이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친구 '자비놀'에게서 '자비놀'이라는 이름을 건네받으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특별한 경험이 가능한 세상을 사는 사람이다. 의자를 부수고 완성된 원고를 망쳐놓고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공룡과 토끼를 돌보면서 짬을 내어 책을 읽거나 기사를 쓰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수영하러 가자, 공원에 가자 칭얼대며 보채는 공룡과 뒷전에서 눈치보다 따라나서는 토끼를 데리고 나들이를 해야 하고 바깥에만 나가면 제멋대로 설치다 다치는 공룡을 가축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 하느라 바람 잘 날이 없기 때문이다.

자비놀도 때로는 공룡과 토끼가 없는 세상, 자비놀이 되기 전의 편안한 생활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지루한 평화보다는 지금의 생활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별을 먼저 선택하는 건 그래서 자비놀이 아니라 공룡이다. 사사건건 토끼와 다투고 옥신각신하던 공룡은 어느 날 자신이 온 곳인 중생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자비놀은 자신(자기소유)의 공룡이라고 여기지만 공룡을 그가 원하는 곳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말썽꾸러기 공룡과 까칠한 토끼가 자아내는 동화의 재미

공룡이 떠나는 것으로 끝나는, 일견 단순하다면 단순한 줄거리인 이 책이 그 어떤 책보다 더 재미있게 읽히는 건 단연 공룡과 토끼의 관계설정 덕분일 거다. 공룡과 토끼가 티격태격 실랑이하는 모습이며 갈고리박기로 대표되는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는 압권이다.

작가는 필시 호기심 많고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오고 용감한 척 씩씩한 척 힘센 척 뻐기면서 허풍떠는, 일단 뭔가 생각났다 하면 막무가내 일부터 저지르고 보는 말썽쟁이 남자아이를 생각하며 공룡의 캐릭터를 정했을 것이다.

반면 파란토끼는 눈치가 빨라 얄미울 정도로 자기 실속을 잘 챙기고 벽에 코를 박고 아파하는 공룡을 샘통이라 놀리는 캐릭터인데 깐죽거리는 말투며 예의바르고 새침하고 잘난 척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공주과의 까칠한 여자아이다.

그런 둘 사이에도 우정이 싹트는지 공룡이 중생대로 돌아가기 위해 개암나무 아래 흙을 파고 들어가던 날 토끼는 무식하고 단순하고 지렁이나 먹는다고 경멸하던 공룡에게 자신을 쓰다듬어도 된다고 허락을 한다. 그리고 공룡은 당근이며 파슬리 같은 거나 먹는 역겨운 초록색 것들이라 무시하면서 틈만 나면 잡아먹으려 했던 토끼를 가만히 쓰다듬는다.

마침내 땅을 파고 들어가던 공룡이 사라지자 자비놀과 토끼는 공룡이 없는 상실감을 겪는다. 자비놀은 자비놀대로 토끼는 토끼대로 매사가 시들해지는 걸 느끼며 괜히 짜증을 낸다. 그렇게 이별의 후유증에 시달리던 어느 날 한장의 엽서가 날아든다. 중생대로 돌아가서 잘 지내고 있다고, 언제 놀러오냐고 묻는 공룡의 엽서다. 자비놀이 그 엽서를 받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거기서 동화가 끝나기 때문이다.

 
공룡은 떠나도 동화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동화는 끝났어도 나는 일찍이 어떤 책에서도 그만큼 심하게 느껴본 적 없는 아쉬움으로 책 표지를 내려다보며 상상의 날개를 펴나갔다. 자비놀은 토끼를 데리고 중생대로 가겠구나. 아냐, 그건 아닐 거다. 이 책은 내용은 그럴 수 없이 황당해도 그 나름의 현실성을 띠고 있었거든. 그러니 공룡이 중생대에서 만난 어룡이나 암모나이트를 자비놀에게 보내줄지 모르지. 그리고 파란토끼는…….

이렇게 상상의 꼬리를 이어가게 하는 걸 보면 참 좋은 동화책인 게 분명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고 출판사 측에서 소개해 놓았는데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 아닌가 싶다. 마음 시리고 우울해지기 쉬운 세상, 좋은 동화를 찾아 읽는 것이야말로 순수한 기쁨과 즐거움을 얻는 지름길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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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 악어
마리아순 란다 지음, 아르날 바예스테르 그림,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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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지음 / 사계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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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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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치 종이신문을 몇 번 이사 다니면서도 들고 다녔다는 작가에게 '책, 과연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졌을 때 그 대답이 이랬던 모양이다. "책은 늘 책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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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김훈.박래부의 문학기행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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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2- 김훈 박래부의 문학기행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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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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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치 종이신문을 몇 번 이사 다니면서도 들고 다녔다는 작가에게 '책, 과연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졌을 때 그 대답이 이랬던 모양이다. "책은 늘 책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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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justin > 이 한 권의 명서
이 한 장의 명반 클래식
안동림 지음 / 현암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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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일주일의 사흘은 시골에 내려가 산다. 오디오가 있을 리 없다. 강의실에서 강의실로 낮 동안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연구실 창밖 바로 눈앞에 다가드는 산 그림자를 희부옇게 저녁 안개가 가릴 무렵이 되어야 비로소 내 시간을 찾는다. 이 때 문득 책상 위에 놓은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귀에 익은 음악. 어떤 값진 오디오 장치가 이때의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 (책에서)

안동림 교수님을 무어라 일컬으면 좋을까요? 음악애호가? 평론가? 시인? 교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교수님께서 '레코드 수집가'나 '레코드 비평가'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한 때 철학교수로 재직하시면서 '장자'를 향기롭게 번역하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지금은 음반에 대한 책들이 저술, 번역, 편집을 통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몇 년 전 이 책이 3권 짜리로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러한 시도 자체가 무모하게 여겨지리만치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학생 때 비싼 가격 때문에 사지 못하고 늘 서점에 가서 힐끔힐끔 보고 오는 제가 안스러웠는지 동기들이 돈을 모아 통합본을 선물로 사주었을 때의 감격을 저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선물받은 지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책을 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기 때문에 저는 되도록 제 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고 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은 같은 내용의 구판입니다만 신판이 나왔다니 반가운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 하나의 음악 작품이 탄생되기 위하여 작곡가가 어떤 인생의 행로를 거쳐서 어떤 노고를 통해 작곡하였는지, 그리고 그런 작곡가 못지 않게 연주자와 지휘자는 또 얼마마한 공로를 들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공들여 녹음된 음반을 이리 찢고 저리 분해하여 날카로운 비평의 칼날을 들이댑니다만(물론 이 작업도 필요한 일이겠으나) 교수님은 하나의 음반을 마치 그분들의 혼이 담겨있듯 소중하게 다룹니다.

한 때는 비평보다 칭찬 일변도의 말씀인 것 같고, 또 고전적인 녹음만을 다루신 것 같아 다른 책도 기웃거려 보았습니다만 다시금 이 책의 향기로 되돌아 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아! 음악은 이렇게 듣는 것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음악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과 철학, 사람과 삶이 녹아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분이라면, 음반 몇 장 값을 아껴서 꼭 읽으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반드시 음악이나 음반과 연관되어 있는 것만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자잔한 수필집처럼 두고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녹음에 대한 교수님의 감상도 첨부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솟기는 합니다만, 20세기의 베스트 셀러라는 책도 1000년전에 씌어진 단테의 신곡만 못하듯, 고전음악에 대한 고전적인 해석의 향수에 젖어든 교수님의 글은 무엇이 우리의 감성을 풍요롭게 만드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클래식 음악은 이론적인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듣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만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입문 서적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체계적인 공부에 식상하시다면 맑은 감성의 소유자이신 안동림 교수님의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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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존 디에이지 시알디 3종 세트 - 모든피부
참존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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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참존 제품을 잘 쓰는 편인데

이번 디에지 시알디 제품은 다른 거에 비해 유분 수분이 다 부족한 거 같습니다.

워낙 건성이라 그런지 발라도 금방 건조한 느낌이 들어서 자꾸 덧바르게 되네요.

스킨이나 로숀도 그렇고 특히 탄력크림은 유분 수분 다 부족한 느낌.

얼굴이 당겨서 영..안좋네요

 

지성피부인 사람이라면 괜찮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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