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은 땅에 빛나는
강동수 지음 / 해성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강동수 작가의 신작 '검은 땅에 빛나는'의 주인공 최영숙은 1927년 스물두 살의 나이로 혼자서 서전(스웨덴)으로 건너가 스톡홀름대학 경제학부에 입학한 실존 인물이다. 이 소설이 아니었으면 조선에 이런 당찬 여자가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그는 스톡홀름대학 경제학사로 조선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심으로 스웨덴 황태자의 신임에 안주하지 않았고, 귀국길에 만난 인도 청년실업가와의 결혼을 포기했다. 픽션이 아니라 이게 팩트에 기반한 소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현실에서 이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을 젊은 패기의 아이콘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조선의 땅을 밟기 전까지 결연했던 그의 의지는 그러나 조선의 현실을 뛰어넘지 못했다. 조선의 노동자와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고자 했던 최영숙은 조선의 인습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이 총명하고 순정하며 사유가 빛나는 젊은 여성의 삶을 이렇게 끝내버려도 되나 싶게 소설의 결말은 허망했다. 그러나 어쩌랴. 이 소설의 출발 자체가 실존인물이었던 최영숙의 일대기인 것을. 아무래도 최영숙의 이른 죽음으로 펼쳐내지 못한 꿈은 2017년 현실을 사는 독자의 몫이어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