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간과 서양의 시간을 대립항으로 놓고 초로에 이른 명성황후의 삶과 죽음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이다. 물시계에서 시간이 남긴 소금의 비밀이 명성황후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과 환상, 그리고 전설을 통해 한 겹씩 드러난다.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면 우물속처럼 깊은, 눈길이 닿을 수 없는 가없는 공간을 흐르는 물의 시간 속으로 의식이 스며들어 함께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참, 혹시 폐경을 앞두고 있거나 맞이한 중년여성이라면 필독을 권한다. 명성황후의 내밀한 속내가 빚어내는 삶에서 곧 '나'를 보게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