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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덕 소설가의 공감공부
황은덕 지음 / 해피북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독서력 약하고 이기적이고 게으르고 편안한 방식으로 알찬 읽기의 효과를 노리는 나같은 사람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다.
역사, 정치, 시사, 경제, 문학(리뷰와 문학관련 정보), 문화 트렌드, 독서, 여행, 다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섬세한 눈길을 던지고 차분히 성찰한 것을 칼럼으로 쓰고, 5년간 쓴 것 가운데서도 알짜배기를 추려서 담은 책이다.
총 6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쓰는 칼럼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고, 취재를 하고, 자료를 뒤지고,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했겠구나 짐작게 하는 글이었다. 황은덕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인 건 없겠지만, 그 생각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나 예화나 발로 뛴 사례들은 한 편 한 편 다 진정성을 담고 있어 설득력이 컸다.
개인적으로 특히 재미있게 읽은 건 <5부 사르트르와 카뮈의 묘소를 찾아서>이다. (여기서 다시 나의 편협성이 발휘된다. 어쩔...) 소제목 몇 가지를 보면, '살인자의 내면과 소설가'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걷다' '추리문학의 밤' '사르트르와 카뮈의 묘소를 찾아서'…
여섯 개 챕트를 거치면서 은연중 이 칼럼집이 지향하는 키워드가 봄 새싹처럼 돋아나오고 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 열매가 무르익는 것을 볼 수 있으니, 황은덕 작가가 마지막으로 손을 펴서 내미는 것은 공감이다.
‘미안해. 사랑해. 사실, 이 말은, 우리 모두가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 건네야 할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 희생자 가족들이 삭발과 단식을 감행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이자 국민으로서 당연히 요구해야 할 사항을 격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국가에 살고 있다.’
‘어떤 글쓰기는 작가가 자신의 영혼을 모두 내주고 스스로 영매가 되어야만 가능해진다. 그리고 어떤 독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타인의 고통에 한발 다가서고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 된다.’
‘나와 세상에 대해 타인과 함께 고만하는 일,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표현하는 일’이 이 칼럼집의 제목을 『공감공부』라 지은 이유겠다.
어떤 글쓰기는 작가가 자신의 영혼을 모두 내주고 스스로 영매가 되어야만 가능해진다. 그리고 어떤 독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타인의 고통에 한발 다가서고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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