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3월
절판


인간의 몸 또한 통역 작업이 행해지는 여러 방을 가지고 있다. 내 추측에는 여기에서는 원본이 없는 통역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물론 모든 사람들이 태어날 때 원본 텍스트를 갖는다는 기본 생각에서 출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이 원본 텍스트가 보존되는 장소를 영혼이라고 부른다.-23쪽

우리에게 눈으로 지각하는 일은 너무나 쉽게 일어나서 모두 지나치게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게으르기 때문에 새로 빛의 유희를 언어로 옮기기보다는 언어의 이미지를 시각으로 옮긴다. "저 사람 흑인이야"라고 뇌가 말하면 눈은 이제 더 이상 그 피부의 색을 진짜로 보려하지 않는 것이다. -80쪽

이 문방구의 왕국에서 내 마음에 든 것은 그 외에도 스테이플러 심 제거기가 있다. 이 멋진 이름은 내가 외국어에 대해 갖고 있는 동경을 몸으로 직접 보여준다. (...) 그러나 나는 이 물건을 특별히 좋아하는데, 이 물건이 서로 붙어 있는 종이들을 분리하는 것은 거의 마술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엄마말(모국어)에서는 단어들이 사람과 꼭 붙어 있어서 도대체 말에 대한 유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엄마말에서는 생각이 단어와 너무 꽉 들러붙어 있어서 단어나 생각이나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닐 수가 없다. 외국어에서 사람들은 스테이플러 심 제거기 같은 것을 가진다. 이 제거기는 서로 꼭 붙어 있는 것과 꽉 묶여 있는 것을 모두 제거한다.-98-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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