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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 작가 12인의 초상
이상진 지음 / 옛오늘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이상의 '날개'를 좋아하고 채만식의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를 즐긴다. 둘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 읽은 작품들이다. 그런데 사실 근대문학은 문학을 즐기는 학생이 아니면 종종 수능을 위한 지문으로 전락해버려 안타깝다. 근대문학을 즐기기도 전에 시험을 위해 분석하고 달달 외워 결국 근대문학=수능지문이 되어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결코 수능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목표로 쓴 책은 아니지만 수능을 위해 꾸역꾸역 근대문학을 읽는 학생들에게 근대문학을 좀더 가깝게 와 닿게 하기 위해서 참 좋은 책이다. 시랍시고 이상한 이야기나 잔뜩 늘어놓는 것 같은 이상이 실제로도 기인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애인과 떠나버린 여동생에게 오빠로서 섭섭한 마음과 응원을 보내는 사람이기도 했고 대표적인 토속적 작품으로 공부하는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이효석이 사실은 빠다냄새나는, 그 당시로 보면 상당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사람이었다는 것, 해학과 골계미가 물씬 풍기는 작품을 쓴 채만식은 한깔끔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며 교과서 속에서 박제가 되어버린 작가와 작품들이 피가 돌고 살이 붙어 성큼 우리의 일상 생활에 들어오게 된다.
실제로 이 책을 중학생인 남동생에게 읽게 했는데 남동생의 반응은 신기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열심히 외우던-_-;; 소설의 작가들이 실제로 이렇게 저렇게 생활하던 사람들이었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 때를 틈타 얼른 김유정의 단편집을 주었더니 '동백꽃'을 읽고 와서는 작가가 짝사랑만 하더니 점순이가 달려들듯 자기도 달려들고 싶었던 거 아니냐며 킥킥 거렸다.
이 책은 각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그리 길지 않고 끝에는 그들이 쓴 잡문이 실려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특히 각 작품이 작가에게서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설명하고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기에 좋다. 작품을 읽는 것이 능사도 아니고 작품을 그 자체로서 음미할 줄도 알아야겠지만 사실 공부에 지쳐 근대문학을 읽는 재미를 놓쳐버린 학생들에게 그 재미로 이끌어 주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