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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ㅣ 이상의 도서관 50
최정태 글.사진 / 한길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는데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도서관'이라는 제목도 관심을 끌었지만 왠지 낯익은 제목이어서 손에 들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 서문을 읽는데 아하~ 이 책의 저자인 최정태씨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The Most Beautiful Libraries in the World)'란 화보집을 보고는 가 보고 싶은 도서관을 찜해 여행하고는 이 책을 쓰신 것이다. 나 또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다가 커다란 흰 색 책이었던 그 화보집을 우연히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읽다가 내가 여기를 다녀와서 책 한권 내야겠다라고 생각했던게 기억났다. 그런데 누군가 벌써 그 화보집을 읽고는 다녀와서 책을 냈구나 하고 생각하니 으음, 기회가 날라갔군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서관을 주제로한 책(문헌정보학과의 전공책말고)이 나왔다는 것이 참 반가웠다.
이 책은 도서관 기행을 주제로한 교양서로서 읽기 어렵지 않고 온갖 호화로운 사진들이 눈보신을 해 주어서 별 다섯개를 주었다. 도서관 내부의 구석구석과 운영시스템 등을 자세히 알고 싶은 나에게는 2% 부족한 것 같았지만 세상에 이런 도서관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읽는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충분하다. 도서관의 사진들은 대표적인 것들로 되어 있는데 주로 건물 밖을 찍은 것이 많다. 많은 도서관이 내부를 찍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 않았는데 도서관이자 박물관, 그리고 그 자체로 지키고 가꾸어야 할 유산이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했다.
저자는 단순히 도서관의 역사와 소장책 목록 등을 소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도서관이라는, 책을 담는 건물에 관한 책답게 때로는 건물의 도면도 곁들이며 도서관 건물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을 해 놓았다. 도서관이란 그 안에 담은 책의 양과 질, 운영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그 책을 담는 건물도 그 자체로 중요하다. 나는 독서란 단순히 책에 있는 문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물질로서의 책 그 자체와 정신으로서의 책 내용이 독자의 몸과 마음에 함께 융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도서관은 이 책과 독자를 만나게 해 주고 그들이 융합하게 되는 환경이 되는만큼 그 건물은 단순히 읽기 쾌적하다던가 책보관에 좋다던가 하는 것을 떠나 독자와 책의 융합에 어울리는 의미와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미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모두 실패해버린 우리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어야 했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아름다운 도서관에 대해 절절한 마음이 되어 버렸으니 어찌보면 학교 도서관이 이 책의 독서에 한 몫 한 건지로 모르겠다.
내용 중에 특히 좋았던 것은 우리나라의 규장각과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장경판전을 넣은 것이다. 저자도 읽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화보집을 읽을 때 참 안타까웠던 것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았던 선비의 나라인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정신을 구현한 아름다운 형태인 도서관이 있을텐데 통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규장각과 해인사의 장경판전은 국사교과서에도 잠깐 나와서 모르진 않지만 도서관으로서는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아서 이 책에 그 내용이 들어있는 것이 참 반가웠다. 또 도서관이란 것이 그것을 설립하고 이용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빼놓지 않고 설명을 해 주어서 단순히 특정 도서관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우리에게는 도서관이 어떤 의미이고 또 어떤 의미가 되어야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 점도 좋았다. 예를 들어 베네딕트 수도원 도서관을 보여줄 때는 베네딕트 수도사들에게 책과 도서관이란 어떤 존재였는지, 규장각을 보여줄 때는 그곳에서 책을 다루는 사람들이 어떠한 자부심으로 일했는지 말해준다. 글의 끝머리에는 그 도서관의 인터넷 주소를 넣어서 인터넷으로나마 특정 도서관의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책의 맨 뒤에는 참고 문헌도 있어서 이 책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되어 또 뭔가 연결해 읽고 싶을 경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 저자가 서문에서도 쓴 것같이 다른 여러 도서관도 다녀와서 후편도 꼭 나와 우리나라 사람이 쓴 도서관 기행서의 물꼬를 트길 바라며 아쉽게나마 참고문헌에 나온 책들을 뒤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