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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도입의 함정
엘리 골드렛 지음, 이정숙.정남기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그 수많은 IT 신기술들이 수없이 명멸했지만 정말 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올려주었다고 부를 만한 대표주자가 확 눈에 안띄는 것은, 그리고 각종 vendor들이 주장하는 reference case라는 것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십니까? 이 책에 따르면 단지 예전에 하던 걸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다고 해서, 예전 방식의 효율성을 조금 증진시켜준다고 해서 전체 기업의 최종 이익 - bottom-line-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 그건 성공적인 개선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기술 도입이 진정 기업이 더 나은 상태로 진행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인 - 제약조건- 을 개선시켜줄 수 있어야 하고 그걸 뒷받침하는 규칙과 운영방식이 바뀌어야만 진정한 혁신에 이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한국에 번역된 총 4가지의 제약이론 관련 골드랫 박사의 시리즈물을 다 읽게 되었습니다. 이미 3편부터 조짐이 드러나기 시작한 노골적인 제약이론 편들기는 이 작품에 와서는 거의 점입가경인 부분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으나 예의 작품들처럼 익숙한 소설식 전개와 대화식 문제해결 방식은 여전히 흥미진진하더군요.
잘나가던 ERP 회사의 창업자 스코트와 레리를 주축으로 그들의 핵심 고객이면서 새로운 사업의 방향을 고객이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으로 바꾸게 도와준 피어코사의 크레이그 회장이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스코트와 레리가 발견한 자기모순은 버전업이 되어갈 수록 점점 더 수정이 까다로워지고 고객에게 적용이 힘들어지는 자기들의 ERP 패키지 개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점점 더 수용할수록 기능이 많고 복잡해져서 전체 프로그램의 관리가 어려워지고, 그렇다고 관리가 용이한 형태의 간결한 프로그램으로는 시장의 그 많은 요건들을 수용할 수 없다'라는 문제였죠. 전형적인 EC(Evaporating cloud)의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TOC에 심취해있던 피어코사의 브라이언이란 사업부장과 함께 스코트와 레리는 가장 실질적인 효과가 눈에 보이는 생산현장에서부터 생산능력을 배가시키는 솔루션으로 Drum-Buffer-Rope 방식을 도입하고 그에 파생된 문제점을 정말 근원에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나갑니다. 늘어난 생산능력으로 인해 늘어난 재고문제는 재고관리의 주체를 유통창고에서 공장으로 이동시킴으로써 해결하는 등이죠. 결국 경쟁사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만큼 경쟁력을 갖춘 스코트와 레리의 회사를 더 성장시키기 위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이 책은 끝을 맺지만 나름대로 골드랫 박사의 전 시리즈를 모두 읽었던 저에게는 이로써 제약이론이 모든 경영 혁신 방법들의 포괄적인 핵심이자 IT 솔루션의 핵심으로 자리잡기를 희망하는 저자의 자신감(?)을 보는것 같더군요.
이 책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Drum-buffer-rope, 버퍼관린, 애로사슬 관리(critical chain)같은 예전에 소개된 개념들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전혀 몰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는건 아니지만 기존 개념들이 실제 IT로 적용이되고 실제 기업들에게 적용이 될 때 어떤 도움이 되고 어떤 어려움이 파생되는지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거든요. 처음 The Goal과 It's not luck이 다소 제약이론에 대한 소개서였다면 이 책은 적용하는 과정에 좀 더 촛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골드랫 박사의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느낌이지만 정말 단순해보이는 상식적인 논리로 경영의 많은 문제점들의 핵심을 집어내고 그것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에는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더 자세한 내용들을 알고 싶은 생각도 들고, 당장 하고 있는 일의 문제점에 이 이론을 적용해보고 싶기도 하고. 어느 누군가 지적한 바에 의하면 이런 독자의 느낌은 다소 저자가 사용하고 있는 정답을 스스로 알아가게 하는 대화식 전개에 기인하고 있다고도 하더군요. 저자가 이게 정답이야~라고 제시하기 보다는 다소 수사학적으로 보이는 질문을 거듭해가면서 독자(혹은 작품 속의 주인공)로 하여금 스스로 정답에 이르게 하는 이런 방법은 자기가 얻은 지식이 '주어진'게 아니라 스스로 '체득한' 것으로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고 더 이해를 잘 하게 된다는 식의 설명이었죠. 나중에 쓴 작품에 갈수록 The Goal에서 느꼈던 이런 즐거운 지적 탐구의 배려가 줄어드는 것 같긴 하지만 - 단도직입적으로 해결책이 나온다던가 하는 점이죠 - 새로운 개념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것 뿐 아니라 스스로 깨우쳐가면서 배우게끔 하는 이런 글쓰기가 모쪼록 다른 학문적 글쓰기에서도 많이 도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