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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어서 - TOC(제약이론)을 통한 경영 대변혁
엘리 골드렛 지음, 이정숙 옮김, 함정근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소설적 글쓰기를 통해서 어려운 학문을 일반 독자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게 하는 방법은 이미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수도 있을 것입니다. 플라톤의 ‘대화론’처럼 자칫 일방적이고 딱딱하게 흘러가기 쉬운 개념들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통해서 풀어나가는 방식은 이미 저자의 이전 작품인 The Goal과 It’s not luck에서 그 효과성을 입증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엘리 골드렛 박사의 이 독특한 형식은 서양철학의 기본 개념들을 소설화시킨 요슈타인 가너의 ‘소피의 세계’ 라던가 일련의 경제학 관련 소설 등에서도 이미 차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The goal은 이미 10여년 전에 읽어봤었지만 골드렛 박사의 다른 4편의 연작 소설들이 이번에 한국에서 완역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3편에 해당하는 한계를 넘어서(원제: Critical Chain)와 4편인 신기술 도입의 함정(원제: Necessary but not sufficient)을 한달음에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앞서 두 편만큼 인상적이진 않더군요.
이번 작품에서는 이전 두 편에서의 주인공이었던 유니코사의 알렉스 로고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리차드 실버라는 종신교수직을 놓고 새롭게 임원 MBA 과정에서 프로젝트 관리론을 가르치는 교수가 주인공의 시점에서 제약이론의 일반적인 5단계 문제 해결법을 프로젝트 관리라는 새로운 영역과 경영대학원의 수업시간이라는 새로운 배경하에서 풀어가게 됩니다. 기본 전제로 깔리는 Throughput을 중시하는 시스템적 사고는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기존 경영관리의 너무도 당연시되는 진리 – 부분의 개선은 곧 전체 시스템의 개선으로 이어진다 – 라는 명제를 전면에서 반박하고 부분최적화로 인해 오히려 전체의 성과 – Throughput 이라고 불립니다. – 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기업의 유일한 목표(The Goal)은 Throughput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라는 그의 철학이 여기서도 적용되는 거죠. 프로젝트 관리에서 유일한 목표는 ‘전체’ 프로젝트를 주어진 시간하에 주어진 품질 기준에 맞춰 끝내는 것입니다. 중간중간 milestone을 가지고 부분적인 공정을 최적화시켜보려 해봤자 그건 전체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프로젝트의 성패에 하등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 대상이 제약조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이상에는 말입니다.
사뭇 상식적으로 보이는 문제해결의 5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약조건을 찾아내고(Identify), 제약조건을 최대한 활용(Exlploit)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고, 제약조건에 다른 모든 요인들을 종속시키고(Subordinate), 시스템의 제약조건을 향상시키고나서(Elevate), 앞서 4가지 단계들을 Feedback하고 반복(Iterate)하는 단계로 정의된 이 5단계 프로세스는 프로젝트 관리에서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Critical Path와 투입자원의 경합이 일어나게 되는 Critical Chain을 찾아서, buffer를 추가하고 다른 부차적인 프로세스들을 종속시키는 방법으로 적용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셔야겠죠? 하하..)
이 책에서 흥미있었던 부분은 경영대학원의 실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입니다. 저자가 이 글을 쓸 당시에 조짐이 보이기 시작해서 요즘 MBA 무용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정말 기업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실제로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뒤틀린 시각의 비판과 그걸 극복하는 방법으로 기업체에 실제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교수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은근히 저자의 제약이론(TOC: Theory of constraints)가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과학적 접근법임을 자랑하는 것도 같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경영대학원에서는 (제가 다녔던 곳까지 포함해서) 제약이론에 근거한 생산관리 course가 여럿 생겼으리만치 이젠 제약이론도 학문적인 정교함을 추구하는 것 처럼 보이는군요.
하지만, 제가 결론적으로 이 책에 대해서 별 다섯개를 줄 수 없는 이유는 예전 두 작품이 지녔던 많은 흥미로운 요소들이 다소 미흡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The goal때만해도 주인공 알렉스가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은 지극히 지난하면서 그 과정이 너무 생생하게 드러나 있어서 저자의 이야기에 푹 녹아들 수 있었고, 특히 보이스카웃 행진 같이 실생활과 밀접한 예제를 적절한 비유로 사용하여 핵심 개념을 이해시키는 부분이 특히 매력적이었는데 이번에는 너무도 손쉽게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며 마지막에는 헐리우드 영화라도 보는양 휘황찬란한 결말로 맥없이 끝나버리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에 대한 세세한 묘사와 갈등, 고민에 대해서도 이번에는 무척이나 밋밋하게 처리된 것이 아쉽습니다. 한마디로 ‘소설적’인 재미는 덜하다는 것이겠죠.
마지막으로 출판사 및 역자 분들께서 소설의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중요 개념에 대한 설명에 대해서 책 마지막에 핵심 개념의 정의, 사용된 예와 주요 diagram에 대한 설명을 요약해 준다면 이 책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텐데라는 독자로서의 아쉬움도 남는 것 같습니다.
골드렛 박사의 이전 저서와 TOC에 익숙치 않은 분이라면 반드시 이전 저서인 The goal과 It’s not Luck을 먼저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비록 이 책에서도 11장에 대략적인 설명이 제공되긴 하지만, 일반 생산공정상의 병목 자원에 대한 활용법은 The Goal에, 일반적인 문제해결기법으로 확장시킨 Thinking process에 대해서는 It’s not luck에 아주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소설’로 씌여진 경영이론이 이처럼 재미있을 수도 있다라는 점도 극명하게 느끼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