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우리 인간은저기 있는 양묘기처럼 세상에서 빙글빙글 돌려지고, 운명은 그 기계를 돌리는 지레라네. 저 미소 짓는 하늘과 깊이를 잴 수 없는 바다를 보라! - P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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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연약하지 않고, 누가 부정한다고 해서 훼손되지도 않습니다. 진실은 아무도 진짜 이야기를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숨을 거둡니다. - P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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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쓸 수 있을까. 저 창문에 흔들리는목련 가지에 대해서, 멀리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대해서, 늦은 밤 귀가하는 이의 가난한발걸음 소리에 대해서, 갓 시작한 봄의 서늘한 그늘에 대해서 쓰고 싶었으나 결국 아무것도 쓰지못하고 누워버렸다. 여섯 살, 네 살 조카아이들을살피고 집안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체력은부족했다. 진득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딱 한 달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잠은언제나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 P23

나혼자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나 혼자 바르게 산다고, 나 혼자 제대로 산다고 해서 변할 리가 없었다. 나는 누구보다 분리수거를 철저하게하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집안일을 했지만 나의 노력은 너무 쉽게 보잘것없는 것으로 전락되었다. 내가 식구들의 일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화가 났다. 그게 잘 참아지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상황이었을 뿐이었다. 내가들인 노력에 적당한 대가를 받고 싶었다. 대가란고생한다고, 수고한다고, 그래서 고맙다는 마음이면 되었다. 말뿐이어도 좋으니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길 바랐다. - P37

그러나 동생이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그러니까 3년 전부터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쓸 것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쓸 것들은 오히려많아졌다. 그러나 쓸 시간이 없었고, 머릿속을 정리할 공간이 없었고, 나에게 집중할 틈이 없었다. 이제는 조용히, 고즈넉하게, 쓸쓸히, 오롯이, 동떨어져서, 가만히, 차분하게 같은 단어들을 누릴 수없었다. - P56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절대 시간과 절대 노동, 절대적인 참을성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누구든 당연히 어렵고 고단한일이었다. 어미라고 결코 쉬울 리가 없었다. - P77

그 사람과 나는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을까. 그걸 가늠하고 헤아리는 건 의미 있는 일일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제 의미를 다하는 상태였다. 사랑하기까지의 시간과 사랑한다는 고백까지의 시간이 제일 황홀한 것도바로 그런 까닭이었다. - P88

아이를 키우는 건 그저 삼시세끼를 먹이는 일이 아니었다. 가르치고 보듬고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 P113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그러곤 뚝, 통화가 끊겼다. - P117

더 늦기 전에, 정말 식구들에게 발목이 잡혀 땅에묻히기 전에. 나는 쉴 곳이 필요했다. 나는 도망칠곳이, 숨어 있을 곳이 필요했다. 적어도 식구들과거리감을 둘 공간이 필요했다. - P152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은하지 않았다.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린 적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잠시만이라도 나는 나로 살고 싶었다. - P170

소설 속 인물이 겪는 환난은 보통 사람들이 어쩌면 배부른 투정으로 치부할 법한, 비극이라기보다는 그저 일생의 일부인 일상에 불과하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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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의 상상속에서 주위의 들판은 이 아열대의 섬을 꽁꽁 얼어붙게 한 백색 테러의 하얀 서리로 뒤덮였다.
‘freeze(얼어붙다)‘라는 단어가 유독 마음에 걸렸다. 릴리는 눈을 감고 머릿속에 그 단어를 적어 보았다. 간 선생이 했을 법한 방법으로 단어를 꼼꼼히 뜯어보았다. 알파벳들이 흔들리며 서로를 쿡쿡 찔러 댔다. ‘z’는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남자의 모습으로 변했고, ‘e’는 태아처럼 옹송그린 죽은 아이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이내 ‘z‘와 ‘e‘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free(자유롭다)‘만이 남았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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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서간체 소설이다. 작품의 서두를 보면베르터가 빌헬름이라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익명의 편집자가
‘편집한 것으로 되어 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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