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의 상상속에서 주위의 들판은 이 아열대의 섬을 꽁꽁 얼어붙게 한 백색 테러의 하얀 서리로 뒤덮였다.
‘freeze(얼어붙다)‘라는 단어가 유독 마음에 걸렸다. 릴리는 눈을 감고 머릿속에 그 단어를 적어 보았다. 간 선생이 했을 법한 방법으로 단어를 꼼꼼히 뜯어보았다. 알파벳들이 흔들리며 서로를 쿡쿡 찔러 댔다. ‘z’는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남자의 모습으로 변했고, ‘e’는 태아처럼 옹송그린 죽은 아이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이내 ‘z‘와 ‘e‘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free(자유롭다)‘만이 남았다. -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