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각종 익명의 아픔들은 그렇게 모여 하나의 불꽃이 된다. 그 아픔들이 정확히 어떤 아픔들인지 남성은 알지 못하고, 알 자격이 있지도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저 그는 아픔 자체에 붙어 있는 숨에 다가갈 뿐이다. - P96
들어주는 예술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니. 음악이어도 그것이 가능할까? 나는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듣기 위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 P102
구미 할매떡볶이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세상에 음식이 떡볶이 하나뿐이라고 가정해본다면, 매 끼니 밥 대신, 친구를 만나 고기를 구워 먹는 대신, 바닷가에 놀러 가 횟집에 가는 대신 먹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다양한 떡볶이뿐인 세상. 그런 세상에서 아마도 구미 할매떡볶이는 죽이나 누룽지를 대체할 것이다. 또한 오신채를 금하는 사찰에서도 구미 할매떡볶이로 발우공양을 할 것이다. "너 장염 걸렸다면서, 이거 좀 먹고 쉬어. 구미 할매떡볶이야." - P129
쓰레기를 잘 버리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이제는 얼마나 플라스틱과 비닐을 비롯한 일회용품을 덜 쓰느냐, 얼마나 에너지를 덜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마치 연인 사이에서 훨씬 더 많이사랑하는 사람이 그러듯이 나는 쩔쩔매면서 내가 좀 더 잘하겠다고, 더 잘해보겠다고 거듭 말했다. - P140
언제 어디서든 어떤 구겨진 얼굴을 마주했을 때 ‘얼굴을 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당신의 얼굴이 이렇게 구겨지도록 만들었는지를 묻는 것. 최대한 자주 그 구겨진 얼굴을 따라 옆에 서는것. 책방을 운영하면서 힘들고 귀하게 배운 태도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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