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내 죄 추악하여 악취 하늘에 풍긴다.
인류 최초의, 가장 오래된 저주를 받았다.
형제 살해! 기도를 할 수 없다. 나는,
기도의 욕구와 의지, 모두 절절하나,
내 강한 뜻을 더욱 강한 내 죄가 이겨 누르니,
한꺼번에 두 일을 하려는 사람처럼, - P119

어디에서 먼저 시작할지 망설이며,
둘 다 하지 못한다. 저주받은 이 손이
형의 피로 두텁게 더께가 졌다 한들
은혜로운 하늘엔 이 손 눈처럼 희게 씻어줄
빗물 넉넉하지 않을까? 자비의 역할이 뭔가,
죄를 맞대면하게 돕는 것 아니라면?
기도의 권능은 뭔가, 쓰러지기 전엔 막아주고
쓰러지면 용서해주는 두겹의 힘이 아니라면?
내 그러니 하늘을 우러르겠다.
이죄는 이미 지은 것 - 허나 오, 어떤 기도가
내게 맞을까? 흉측한 살인을 용서하소서‘?
그건 안되지. 살인으로 얻은 것들을
여전히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내 왕관, 내 야심, 그리고 내 왕비를.
용서도 받고 죄의 열매도 지킬 수 있을까?
이 세상 썩어빠진 시류에서라면
죄의 황금 손이 법을 밀쳐낼 수도 있고,
사악한 장물이 직접 나서 법을 매수해
내쫓기 일쑤. 허나, 하늘에선 다르지.
거긴 속임수 어림없고, 거긴 이승의 행위가
본색을 드러내고, 우린 꼼짝없이
제 잘못의 이빨이며 이마까지 속속들이
증거를 대야 한다. 그럼 어쩐다? 뭐가 남았지?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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