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시티 -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시티!
케빈 브록마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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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눈을 감아보자. 당신이 알고있는, 아니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자.
이름은 몰라도 상관이 없다.

오늘 아침에 지하철역에서 가방을 들어준 아주머니 얼굴부터 동네 슈퍼마켓 주인 아주머니,
내게 짜장면을 배달해준 머리가 아주 짧았던 중국집 배달원, 친한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유치원 담임 선생님, 옆집에 살았던 동네 친구, 가끔씩 가던 소아과, 치과의 의사 선생님까지...
도대체 이 사람들은 몇명이나 될까?

당신은 살아오면서 몇명이나 기억을 하는가?

이 책 <로라시티>에서 사람은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의 세계에서 그 죽은이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 경우 시티로 가서 살게된다.
시티에서 지내던 그 사람이 어느날 사라진다면
지구에서 그 사람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지구에 심각한 전염병이 퍼져, 남극에 연구를 하기 위해 고립되어 지내던
로라만 빼고 인류가 전멸하게 된다. 지구에는 이 세상의 마지막 사람, 로라만 남았다.
그러자 시티에는 오직 로라가 기억하는 사람만 남게 되었다.

로라가 스쳐지나간 사람이라도, 로라가 이름을 몰라도, 삼십몇년의 세월 동안 로라의
기억에 남아있다면 그 사람은 시티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게 된다.
그래서 그저 시티였던 시티가 마지막 생존자 로라만을 위한 로라시티가 된다.

'로라마저 죽게되면 로라시티의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은 잠시 덮어두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계속 생각해봤다. 내가 기억하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세상에 태어난 이후 나의 첫 기억은 5살 설날 때이다.
그 때 이후로 내 기억에 남아있는 사람들, 나는 기억력이 안좋은 편이 아니니 수천명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대 앞에 하루 종일 서 있던 정신이 좀 나갔던 아저씨도 기억나고
초등학교 시절 문방구 아저씨도 생각이 난다. 안경을 새로 바꿀 때마다 갔던 서독안경 주인 아저씨와 가끔씩 전집을 팔기 위해 우리집에 들렀던 출판사 세일즈맨, 심지어 지하철에서 특이하게 구걸하던 딱 한번봤던 아줌마까지 기억나는 걸 보니....

만일 내가 책 속의 로라가 되어 지구의 마지막 생존자가 되었다고 해도
'아메시티' 안 에는 수만명이 살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난 이런 인연들을, 이런 기억들을 어떻게 대했던가?
이 넓은 세상에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던데... 내팽쳐버린 인연이 너무나도 많다.
단지 연락하기 귀찮아서, 만나기 어색해서 놓쳐버린 사람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더 힘들어지고, 기억력은 점차 안좋아지는데...
과거의 그 인연들을 다시 불러모으기도 쑥스럽다.

몇년 만에 불쑥 전화해서 잘지냈냐고 인사하기가 쑥스러운 것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보자. 우리에겐 핸드폰 문자, 이메일이라는 유용한 수단이 있지 않나.
쑥스럽다면, 로라, 시티를 생각해보자.
한 도시를 이룰 정도의 많은 기억과 인연들을 가지고 있는 로라를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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