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국수는 내 고향 경주사투리로, '칼국수'를 말한다.

자식부자였던 우리집은 가난한 살림에 자식들 먹거리를 늘 걱정해야 했다. 그런 이유겠지... 우린 어려서 늘 밥국이나 느린국수, 수제비를 저녁식사로 먹었다.

아침은 그래도 밥을 먹고 점심은 대충 때운다, 그리고 저녁식사시간에는 밀가루 음식을 해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누나나 형님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먹더라도 국물을 싫어한다.

음식을 전혀 가리지 않는 나도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히 밖에서 사먹게 되는 경우, 밀가루음식을 먹으면 늘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내가 오늘 느린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고향이 같은 아내가 칼국수를 먹고 싶다고 이야기 했기 때문이다. 연애시절 경주남산자락에 있는 삼릉에 놀러가면 종종 칼국수를 먹곤했는데, 아내는 그게 생각날때가 종종 있는가 보다.

서울서 먹는 칼국수는 그런 맛이 나지 않는다. 서울사람들은 바지락칼국수 처럼 면이 맨질맨질하고 국물이 맑은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경상도 칼국수는 칼로 쓸어 면이 투박하고 국물이 걸죽하게 나온다. 그기에 감자도 썰어넣고, 호박도 쭉쭉 썰어 넣으면 국물이 거하니 먹을 만하다.

난생 처음 하는건데, 그래도 엄마 옆에서 본게 하도 많아서 생각을 더듬어 만들어보았다.

어제 저녁에 밀가루에 계란을 풀고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반죽을 만들어 냉장실에 넣어둔 것을 꺼집어 내어 상위에다 놓고, 밀대가 없는 관계로 둥근 병을 가지고 얇게 밀었다.

숙성이 잘 되어서 그런지 반죽이 탄력이 대단했다. 밀어놓으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몇번, 아내를 불러 붙들고 있게 했다. 

칼국수 면을 만들고,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물에 감자와 파, 호박을 썰어넣고, 면을 넣었다. 국간장으로 아주 살짝 간을 해서 푹 끓였는데... 맛이 참 좋았다.

면이 쫄깃쫄깃하고, 국물이 얼큰하게 우러나와 고향에서 먹던 기분이 났다.

저녁이면 대청마루에 앉아 칼국수를 미는 엄마 곁에서 구경하면서 반죽꼬다리 얻어 가마솥에 구워먹던 생각이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