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경험하는 것이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 읽고 또 읽고 계속 궁리를 하다보면
문득 그 뜻과 의미를 확연히 알게되는 그런 경험 말이다.
나는 그 경험을 대학교 1학년 시절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석탑 출판사에서 나온 '맑스 엥겔스 선집'을 혼자서 읽게 되었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 뜻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도대체 왜 그렇게 말하는지가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작심하고 읽고 또 읽고 몇번을 반복해서 읽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침 햇빛드는 창가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날 아침, 또 다시 그 책을 읽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맑스와 엥겔스가 내안에서 살아난 것이었다.
난 맑스와 엥겔스의 '마음'을 속속드리 이해할 수 있었고, 통채로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왜 그렇에 이야기하는지 알게된 것이다. 한동안 그런 상태가 계속 되었는데, 나는 맑스와 엥겔스가 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이해한 속에서 그들의 생각에 대해 내 나름의 반론과 물음을 던지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 이후로 맑스와 엥겔스의 저작은 매우 쉽게 나에게 다가왔고, 적어도 그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 나는 그 경험을 '문화연구회' 선배가 쓴 글에서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 글의 제목이 '살아있는 글읽기'였다.
벌써 10년이 훨씬 지난 일이라, 기억이 맞는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독서를 통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종이 위에 적힌 '죽은' 글이다. '죽은' 글로 부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나아가 저자의 생각과 사고의 구조를 알아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생각과 사고의 구조를 만들어낸 작가의 철학적 혹은 사상적 배경을 관통 해야 하며, 마침내 나의 생각과 사상으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역으로 내 안에 형성된 생각과 사상을 알게 되는 것이다."
글이 되는 과정
하나의 저작이 나오기 위해서 거치는 단계를 보면 대략 다음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1. 저자의 사상과 철학
2. 자신의 사상과 철학적 바탕으로 바라보거나 생각한 현상에 대한 입장
3. 글쓰기
4. 책 출판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
그렇다면 그 책을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1. 책
2. 내용이해
3. 저자의 철학적 사상적, 사회(역사)적 배경이해
4. 저자의 철학과 사상을 염두에 두면서 '대화'
살아있는 글읽기를 통해서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책의 내용과 줄거리가 아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철학과 사상을 통채로 알게되고, 그 사상과 철학을 형성한 고민과 사회적 배경을 알게된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나의 철학과 사상을 재정립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