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34
모든 일은 집에서 시작된다. 가화만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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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만의 집’ ‘꿈 꾸는 집’을 가지고 있다.
인테리어 사진을 모으는 것이 취미고 그렇게 모은 사진들이 벌써 2000여장에 달한다.
이 책을 골라 읽게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살고 싶은 집’을 짓기 위해 직접 설계를 하고 진짜로 해낸 부부가 그 과정을 책으로 엮은 에세이다.
결코 순탄치 않았던 그들의 여정,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아내는 실내건축 디자이너, 남편은 영화 프로듀서로 취향도 확고하고 고집도 있으신 것 같다.
그래서 집을 지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우유부단하고 주관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벌써 때려치우고 아파트에 들어갔던가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또 여행을 하며 이런 저런 집들을 구경하는 등 원래도 인테리어와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이 부부가
집을 짓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인다.
어릴땐 골목길에서 뛰어놀며 자라고 지금은 서울 후암동에서 협소주택을 짓고 서울 곳곳을 누비며 살고있는 이 부부와 달리,
나는 서울에 살아본(적은 있지만) 기억이 없고 5살 때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와서 20여년을 같은 집에서 자라서
딱히 주택에 대한 추억은 없다. 있다면 우리 집 옆에 자리하고 있던(지금은 사라지고 빌라가 들어섰지만)
아주 큰 정원이 딸린 벽돌집 주택 정도? 푸른 잔디밭을 보면서 참 부러워했던 것 기억이 난다.
그래도 어째선지 내가 꿈꾸는 집은 주택이다.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하거나 공간을 침범 당하는 일을 아주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럴지도...?
집짓는 여정은 정말 고난과 스트레스의 연속으로 보였다.
짓고나면 더할나위 없는데 그 과정이 설레면서도 극도의 스트레스인 것이
여행과 비슷해서 유럽여행을 준비하던 몇 년 전이 떠올랐다.
시공사와의 마찰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아이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고,
살아가면서 더 사랑하게 될 것 같은 집을 즐기는 모습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져서 희로애락을 함께한 느낌이었다.
1/3 정도는 집을 짓는 이야기이고 1/3 정도는 우리나라 건축법을 까는 이야기,
1/3 정도는 완성된 집에 대한 감상이었다. 대충대충 편하게 편하게를 외치는 시공사나
영 아니올시다 싶은 건축법을 보면서 내가 다 분통이 터졌다.
우리나라는 집을 사는 것도 어려운데 짓는 건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렇게 완성된 집은 참 예뻤다.
개방감, 통일감, 화이트+우드의 느낌, 모난 곳 없이 깔끔한 공간, 최소한의 살림살이에 미니멀리즘을 실현한 공간,
옥상과 마당, 야외데크까지! 내가 꿈꾸는 공간과 거의 흡사해서 놀랐고,
완성되어 가는 집을 보면서 같이 즐길 수 있었다.
P.27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불안감이 찾아온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어린 딸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학원 순례보다
보석처럼 빛나는 어느 멋진 날에 대한 기억이 아닐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P.36
2세대주택을 계획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살 거냐며 깜짝 놀랐다.
그럼 우리는 “아니요, 같이 살 겁니다”하고 대답했다.
누가 누구를 모신다는 건 관계에 자유가 없고 서로 얽매인다는 느낌이 강하다.
우리는 부모님과 동등한 개개인으로 평화롭게 공존하고 싶었다.
서로가 간섭하기보다는 각자의 생활을 ‘서포트’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P.52
그런 환경에서 결국은 거주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집이 가장 좋은 집이 된 거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자락에 허름한 오두막을 짓고 살아도 그게 최고의 집인 거고,
도시의 화려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주상복합에 사는 게 행복한 거고.
그렇게 각자의 개성을 부여하면 공간space은 장소place가 되는거야.
P.124
집짓기는 곧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이라고들 한다.
꿈의 집은 전문 지식보다 자신의 경험과 취향이 바탕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