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분의 기적
키아라 감베랄레 지음, 김효정 옮김 / 문학테라피 / 2016년 7월
평점 :
2016-042
2016.09.19 - 09.23
<책소개>
셀레지오네 반카렐라 문학상 수상작. 키아라 감베랄레 소설. 소설가 키아라의 삶의 축은 한때 든든하고 분명했다. 따뜻하고 고즈넉한 고향집,
열여덟 살 때부터 사랑했던 남편, 열정을 담아 한 주 한 주 써내려갔던 칼럼. 그녀의 일상은 꼭 맞아들어 그녀를 그녀로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너무 간단히 그 일상은 바스러졌다.
공사 때문에 로마의 낯선 거리로 이사를 왔고, 적응하지 못해 남편과 곧잘 다투었다. 남편은 아일랜드로 출장을 갔고,
다른 여자를 만나서 돌아오지 않았다. 팔 년 간 써온 칼럼은 리얼리티쇼 우승자에게 빼앗겼다. 갑작스레 모든 것을 잃어버린 키아라.
매주 상담을 받지만 변해야 할 의욕도, 이유도 없다. 그런 그녀에게 정신과 의사 T박사는 10분 게임을 제안한다.
[알라딘 제공]
◆◆◆
‘매일 하루 10분동안 평생 해 본적 없는 것 해보기’
매일 새로운 것을 하는 것. 듣기엔 쉬운데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다.
18살에 만나 결혼하고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부부로 살아온,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서로를 ‘영혼의 동반자’라고 생각했던 남편이 떠나 다른 여자를 만나고 8년간 맡았던 잡지사 칼럼에서 쫓겨나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듯 보이는 키아라가 (작가와 이름이 같다)
정신과 의사가 권하는 10분 게임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그린 소설이다.
뒤로 걷기, 십자수 하기, 요리해보기, 기저귀 갈아보기, 모르는 사람 졸업식에 참석하기, 엄마에게 안부 묻기,
매니큐어 칠해보기 등등. 평범한데 이런것도 안해봤나? 싶은 것들도 있고 이런것까지? 싶은 요상한 것들도 있었다.
약간 번역말투 같은 것과 생소한 문화적 배경 때문인지 이야기 자체에는 그닥 정이 안갔는데
이 ‘10분 게임’이라는 요소와 키아라가 변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워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오직 자신과 남편밖에 없던 키아라가 알을 깨고 나오듯 남편을 벗어나며
오히려 성장하고 주위사람을 ‘인식’하고 소통해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내가 만약 10분 게임을 한다면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 상상해보면 생각보다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키아라의 말처럼 하루 24시간에 고작 10분이지만 그 10분이라고 뭔가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은 아직 내가 안 해본 것’이라는 유명한 말처럼!
◆◆◆
P.12
“게임 하나 하실래요?”
“……”
“한 달 동안. 지금 당장 시작하죠. 하루에 10분만 생전 하지 않았던 일을 해보세요.”
“네?”
“뭐라도 좋아요. 지난 35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이면 됩니다.”
“36년이에요.”
“그래요, 36년. 새로운 일이면 뭐라도 좋아요.”
“한 달 동안.”
“그래요”
“10분 간.”
“10분 간.”
“그게…… 효과가 있을까요?”
“당신에게 달렸어요. 게임은 진지한 사람들이 하는 겁니다. 일단 게임을 할 생각이 있으면 단 하루도 거르면 안 됩니다.”
“한 달이 지난 다음에는?”
“뭐가요?”
“한 달 후에 내가 얻는 게 뭐죠? 예전처럼 다시 살아갈 힘이 나나요?”
“그건 한 달 후에 말하기로 해요, 키아라 씨. 부탁인데,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게임에 집중하고, 속이지 말아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그게 문제이긴 했지만.
이번 기회에 게임이나 한번 해보자.
매일 10분 간, 게임을 하는 것이다
P.46
그러나 10분 게임에서는 새로운 일을 시도해서 꼭 성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도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P.87
야망이 더 크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더 만족할 수 있는 겁니다.
맞다. 바로 그렇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하면 될까?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시기 남편은 피곤해 했고, 정신이 딴 데 가 있었다. 조용히 그것을 받아들여야 했을까?
남편과 같이 보내는 시간을 더 줄였다면 남편이 더블린으로 도망가지 않았을까? 비카렐로와 잡지 칼럼을 그리워하지 않았다면,
지금에 순응했다면, 내 삶에 더 만족했을까? 그런 게 바로 행복이란 걸까? 아니면 그것이 행복을 포기하기 위한 방법일까?
P.135
죠이아에게 미리 말해 주고 싶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한 시간짜리 보따리 스물네 개, 거기다 10분짜리 꾸러미도 여섯 개나 견뎌야 할 것이라고.
그러나 적어도 10분짜리 꾸러미 하나 정도는 난생 처음 하는 바보 같은 행동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P.139
“예를 들어 나는 정말이지 수를 놓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어요. 힙합도 못 췄고.”
“그렇지만?”
“그렇지만, 수를 놓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 멋진 일 같아요. 그래요. 아름다운 일이요.”
“당신이 문득 타인의 존재를 주목했다는 게 아름다운 일 같군요.”
P.169
“어쩌면 남편과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거야.”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뭘 말이야?” 클라우디아가 묻는다.
“타인이 자신과 상관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타인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을.”
P.256
“에고랜드를 다시 생각해 봤어요.”
“맞아요, 에고랜드. 당신 소설의 제목이죠.”
“네. 모든 집을 단색으로 칠한 도시예요. 소문자가 아닌 대문자로 시작하는 에고랜드입니다.”
“그렇겠죠. 바로 도시 이름이지요.”
“맞아요. 문제는 제가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는 거예요. 대문자로.”
“예를 들면요?”
“예전에 쓰던 잡지 칼럼, 나의 남편, 비카렐로 집만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모두 대문자로. 오직 내 것이라고 여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