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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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6

2016.04.18 - 04.21

<책소개>

당신은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까?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기대를 하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상처를 받는다. 그렇게 받은 상처들은 켜켜이 쌓여 어느 날 크고 작은 불화로, 사건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어린 시절 가족과 불화를 겪었다. 가족과 인연을 끊고 살다가 모든 가족이 죽고 나서야 저자는 그들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도.

저자는 아이 없는 부부, 늦은 나이에 이혼한 친구, 연로한 부모님을 돌보는 중년의 자식, 늙은 자식과 살아가는 부모, 혼인이 아닌 파트너를 선택한 사람들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가족들과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단란한 가족'에 대한 환장을 걷어낸다. 또한 가족이 가족답게 살아가려면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의 인격을 되찾는 것이라고 설득한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과 기노쿠니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일본 사회에 뜨거운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베이비부모 세대가 고령화되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면서 일본은 가족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가 출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별반 다르지 않는 작금의 대한민국에서도 이 책은 가족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고도 새로운 논란과 성찰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심리 일반학'의 탈을 쓴 '에세이'같은 느낌이었다.

인터넷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포스트를 보고 제목에 혹해서 구매한 것인데 내 기대와는 많이 다른 책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의 '행동지침'을 담은 책이나 심리학적인 이론이나 설명이었는데

이 책은 자선적 느낌의 책이었다. 심리일반학 책이라기 보단 '가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은 에세이 같았다.

또 놀랐던 것은 작가의 나이였다. 젊은 여자인 줄 알았는데 전쟁까지 겪은 중후한 연세의 작가였다.

초등학교 때 일본이 패전하고 이리저리 말을 바꾸는 어른들을 보면서 자신만은 '평생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한 작가는

아나운서로, 캐스터로 또 작가로 활동하면서 반려를 만나 가족을 꾸려 살아가고 있다.

'전쟁과 패전'이라는 특수한 경험을 유년시절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또 이 작가가 전후에 일본이 반성 없이 전쟁 전 사상으로 돌아가는 행태를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참 흥미로웠다.

P.39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바로 그날, 그때까지의 모든 가치관이 붕괴되었다. 나는 어른을 믿을 수 없었다. 부모나 학교의 선생이나 하는 말이 전과는 180도 달랐다.

패전은, 어떻게 보면 다른 가치관을 내세워 이 나라를 재건할 수 있는 큰 기회였다. 전쟁에 대한 반성과 잘못에 대한 추궁이 철저하게 행해졌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군대는 자위대라고 이름이 바뀌었지만 과거의 육해군을 기반으로 했고, 거기에서 불리는 노래 몇 가지도 옛날에 부르던 그대로였다.

독일에서는 전쟁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추궁해 죄를 폭로했지만, 일본에서는 천황제가 그대로 유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전범이 국회의원으로 되살아나기도 했다.

(중략)

일본이 전쟁에 패한 그날, 나는 오로지 내 힘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P.194

그날 아이들이 저를 괴롭힌 이유가 당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군인이라는 것이 이유였어요.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군의 명령으로 조선에서 일본으로 강제 연행된 사람들이 있더군요. 그들의 가족도 아마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그 의미를 확실하게 파악한 저는 그들에게 미안했어요. 당신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은 아니어도, 일본 육군의 행위인 것은 틀림없으니까요. 거기에서 비롯된 민족의 비극, 당신 대신 딸인 제게 화살이 돌아온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 책만 보자면 좀 아쉬운 면이 있었다. 신랄하긴 하지만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 전개,

유산을 가지고 싸우는 형제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일본의 노인복지가 어떻다느니 하는 이야기로 빠진다던가 하는 자꾸 연관없는 이야기로 빠져

흐름이 끊기는 것이 좀 거슬렸다.

P.47

과도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낳은 자식이니 피로 이어진 관계이긴 해도, 엄연히 독립된 인격이다.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대로 옭아매서는 안 된다. 남편에게, 혹은 아내에게 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P.48

자신이 아닌 남에게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 타인에 대한 기대는 낙담과 불평을 불러오는 최대의 요인이다.

P.63

괜히 어중간하게 서로를 좀 더 알고 싶다, 좀 더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알지 않아도 될 일까지 알게 되고 상처를 들쑤시게 되어 불행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야 오히려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P.143

연말의 가족 풍경 하면, 거실에 모여 앉아 귤을 까먹으면서 연말 가요대전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 장면을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 끔찍해.”

나 역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가족끼리라는 편안함 속에 있는 느슨함이 싫다.

작가의 가족관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요약하자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에 가족에게 기대하지 말자'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없으니 가족을 이해하려들지 말자'인데 나도 어느정도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약간 무책임하게 느껴져 좀 실망스러웠다.

마치 '이 문제는 풀 수 없는 문제니 그냥 마음속에 묻어두고 외면해라' 하는 것 같았다.

외면한다고 신경쓰이지 않을리 없는데...바로 이 문제에 대해 알고싶어 해답지를 열어봤더니 '정답은 없지롱' 하는 느낌이랄까...?

역시 책이 많은 지식과 지혜를 주지만 답을 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작가가 계속 '구미에서는~'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것도 좀 별로였다. '깨어있는 지식인, 독립적인 여성, 지적인 여성'은 이러이러하게 사는

사람이고 그것이 옳다는 생각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느 부분에선 아주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틀에 박힌 '이상적인 가족',사이 좋은 부모와 우애 좋은 자식들, 아버지는 권위 있고 능력 있고, 어머니는 헌신적이고 자애롭고, 아이들은 순종적이면서 늘 화목해야하는 가족, 이라는 이상적인 가족상이 모든 가족에게 강요되어서는 안되며, 가족이라도 개개인의 개성이, 생각이, 주장이 살아있어야 한다. 개인과 가족간의 균형이 중요하다.

늘 화목해야 '이상적인 가족'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개인을 꾹 눌러 숨기고 다툼도 언쟁도 없는 가족보다는 반목이 있을지언정 '내'가 누구인지 가족 안에서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족안에서도 내가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족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아주아주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

P.6

절친한 친구나 친분이 깊은 지인과는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기 때문인지, 오히려 대화가 잘 통하고 잘 아는 경우도 많다. 정에 끌리지 않고 이성으로 판단하니까 정확하게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런 반면, 한 지붕 하래 긴 세월을 함께 산 가족에 대해서는 과연 뭘 알고 있는지 모호하다.

P.13

그러니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이라는 환상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의 인격을 되찾는 것, 그것이 진정 가족이 무엇인지를 아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P.33

가족은 한때의 시간을 공유한 후에, 헤어져 서로를 멀리에서 지켜보는 존재가 된다.

P.44

교육이란 부모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세계에서 갈고닦으며 쟁취해가는 것이 아닐까.

P.129

가족 사이에는 산들산들 미풍이 불게 하는 것이 좋다. 상대가 보이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밀착하거나 사이가 너무 벌어져 소원해지면 가족만큼 까다로운 것도 없다.

P.182

말없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가 존재하지 않는 가족은 가족이라 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최근 절실하게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랑받음과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

P.187

자신의 마음조차 파악하지 못하는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 한다는 것은 주제넘는 일이다.

어느 시점에서 나는 포기했다. 가족이니까 말은 안 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들 믿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럴 수 있어도 마음속 깊은 곳은 헤아릴 수 없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 가로막혀 오히려 타인을 볼 때만큼의 정확함마저 잃어버리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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