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 - 철학자 이진경의 세상 읽기
이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진경은 <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에서 철학자이자 이론가로서 이명박시대에 대한 세상읽기를 하고 있다. 그의 시대에 대한 관심과 인문학자로서의 풍요로운 지적 성찰을 읽을 수 있는 글들이 수록되어있다.

그는 '위선의 체제와 뻔뻔함의 체제'에서 대부분의 민주주의국가는 통치를 위해 '마술적 포획과 절차적 공공성'이란 '위선의 정치', 사실은 사적인 이익을 위하지만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것처럼, 사실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권력을 이용하지만 법치를 위한 것이라는 위선을 행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위선의 통치조차 하지 않고, 뻔뻔하게 사적인 이익을 취하면서, 그래서 뭐 어때, 당연히 그런 거지 하는 '뻔뻔한 체제'라는 관점으로 기술하고 있다.

'시민을 야습하는 국가'에서 카프카의 소설로 시작해, 법이... 시민에게 오는 방식, 시민은 법에 호소하기 위해 법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자 하지만, 들어가지 못하고 법 앞에 있는데, 이때 이미 법에 호소하려는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 안에 포섭되는데, 법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역설을 이야기하며, 반대로 법은 시민에게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들이닥치지만, 그래도 누구나 잠들어있는 순간 야습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명동 재개발, 강남구 포이동, 그리고 용산참사를 통해 마치 전쟁작전을 개시하듯 야습하는 것을 비판하며 이 얼마나 무섭도록 뻔뻔한 국가인가를 비판한다.

한 가지만 짚어본다. 이진경은 야습하는 뻔뻔한 이명박 정부에 대해 답을 내린다. '재개발로 땅값을 올리고 집값을 올려 돈을 벌려는 개발업자, 자본가가 그 하나일 것이고, 지저분하고 보기 싫은 건물을 뽀개서 '각 나오는' 도로와 폼 나는 건물로 도시 외양을 만들려는 도시계획가, 도시의 행정가가 다른 하나일 것이다.'

물론 맞다. 하지만 이진경은 하나가 틀렸다. 그들은 타자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군사력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군부가 아니라 우리가 투표로 뽑은 대통령이다. 개발업자, 자본가의 욕망, 도시계획가와 도시행정가의 도시 설계는 우리들 모두의 내면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욕망의 풍경을 반영하는 것이다. 괴물은 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키워왔다. 과연 이 자본주의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자 누가 있겠는가? 이미 우리의 내면을 잠식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욕망에 대면하지 않곤 무엇도 변화시킬 수 없다. 광우병에 대해서는 촛불로 응대했지만, 용산참사에 대해서는 묵인했던, 아니 이미 우리들 모두 가족, 이웃, 친구들과 함께 결탁해 이 세계의 논리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비판은 실천이다. 비판적 실천이나 실천적 비판이 아니라 비판 자체가 실천이다. 우리 내부의 괴물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는다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이진경의 글은 인문학자로서의 훌륭한 비평서이긴 하나 관찰자로서의 한계가 느껴져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