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는 X예술이다
박영욱 지음 / 향연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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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는 X예술이다>는 박영욱씨가 쓴 책. 박영욱씨는 들뢰즈, 데리다 등의 포스트모던 담론 중에서도 해체철학에 관련한 연구를 해 온 사람이다. 이 책은 주간한국에 연재된 글을 모은 책인데, 목차만 보면 미디어아트 아티스트의 작품 평론을 모은 것으로 보이지만, 읽어보면 나름 완성도 있는 현대예술에 대한 에세이집으로 볼 수 있다.


가령 40개 정도의 작품비평 중 마지막 정연두의 '낮잠' 만 살펴볼까?

이 작품 '낮잠'은 정연두의 '이상한 나라' 프로젝트 중 한 작품이다. '이상한 나라'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실재로 재연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동시에 전시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아이들의 그림은 고대 회화가 그랬던 것처럼, 또는 입체파 회화가 그런 것처럼 원근법을 무시하고 그린다. 자는 모습은 천장에서 직부감으로 바라본 것으로 그리지만, 시계와 탁자 등은 옆에서 바라본 것처럼 그려 시점도 동일하지 않고, 모든 게 평면화된다. 그밖에 아이들의 그림 안에서 드러나는 현실과 상상이 중첩되는 세계 - 얼굴, 의상, 색, 비례, 질감, 기타 등등 - 를 현실 안에서 표현해보고, 그것을 실재를 객관적으로 재현한다고 믿어지는 사진으로 찍어서 결합시키는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 이것은 회화란 무엇인가, 사진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박영욱씨는 정연두의 작품을 소개할 때, 정연두의 작품 소개는 글의 마지막에 짧게 할 뿐이고, 샤르트르의 예술론, 일본 애니메이션 <불량공주 모모코>, 라캉과 프로이트, 독일 사진작가 구르스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책에 실린 모든 촌평이 이런 방식으로 예술에 대한 역사적 지형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 박영욱의 예술론에 대한 일관적인 관점 하에서 기술되고 있기 때문에 '현대예술에 대한 에세이집'으로 읽으면 되겠다. 물론 주간지에 실린 짧은 대중적 글로 쓰여졌기 때문에 깊게 파고들지 못한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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