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당한 몸 - 장애와 질병에 대한 여성주의 철학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 2
수전 웬델 지음, 강진영.김은정.황지성 옮김 / 그린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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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라 웬델의 <거부당한 몸>을 읽고 세미나를 한 적이 있다. 수잔 웬델은 근육통성 뇌척수염이란 의료적 기준으로 봤을 때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는 질병을 앓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장애를 인정하면 법적, 사회적 장애인이라는 낙인을 찍어야 하고, 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려면 자신보다 건강한 사람의 기준으로 일해야 하는 압박을 가져야 했다.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몸을 가지고 있지만 이 사회는 사람의 차이를 보지 않고 획일적인 건강정상성의 기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분법으로 나누고, 아파서 쉬는 모습을 보면 성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

 

사람을 도구적으로 보고, 일을 중심에 놓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끊임없이 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아프다고 말하는 것은 변명처럼 보이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처럼 받아들여 질까봐 두렵다. 한국사회의 급속한 근대화, ‘하면 된다는 표어, 서구 근대의학과 병원의 유입, 질병을 외부에서 침투한 세포,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보면서 생긴 위생권력, 이런 모든 것들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한국은 서구보다 더 서구화되어 있다. 코로나 사태를 대하는 방식만 해도 한국이 서양보다 더 서양의 병리학적 태도와 위생권력에 강력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체를 자연과의 연관이 아닌 계산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기계론적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오히려 최근 서양에서는 동양의 양생술의 전통과 유사한 고민을 가지고 반성하며 대체의학을 연구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양생술을 미신과 비과학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상적이고 건강한 신체에 대해 어떤 기준을 마련해 놓는 태도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배제한다. 성실하지 않거나, 위생적이지 않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배제한다. 질병을 악마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질병을 안고 살아간다. 질병과 투쟁하기도 하고 타협하기도 하며 함께 살아간다.

 

비마이너에서 <질병과 함께 춤을>을 연재한 분들이 아픈 몸 선언문을 작성했다. 이렇게 말한다.

 

불현듯 삶을 파고든 질병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혼돈, 통증, 성찰 그리고 가끔은 기쁨을 만나는 일이다. 특히 한국처럼 건강에 대한 강박과 열망이 가득한 건강중심사회에서, ‘아픈 몸은 생의학적 고통 위에 차별과 편견을 통한 사회적 고통까지 경험한다. 구성원들은 원고를 함께 쓰며 질병이 남긴 상처와 고통의 이유를 질문하고, 그 고통의 무늬를 개인화하지 않으며 사회적 요소와 유기적으로 읽어 내고자 했다.”


아래는 아픈 몸 선언문 전문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35&fbclid=IwAR0lVxQlivyBuWgNT_3p9XWfShwdqQoPZ7ODLLYoyQyLIbsSh6VNbUdaM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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