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1.1 2021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월간지) 편집부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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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혹은 3차세계대전에 의한 지구멸종위기가 발생했을 때, 서구 선진국의 부유층들이 생존할 수 있는 지하벙커를 소재로 하는 SF 영화들이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언제가 될지 모를 그 날을 대비하고 있는 거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미국의 부유층들이 수영장이 딸린 호화대피소를 사들이고 외딴 섬에 피신하고 있다거나, 사막지역에 지어진 벙커용 집들을 사들이고 있다거나, 벙커 제조업체 ‘서바이벌 콘도’가 판매량이 급증했다거나 하는 기사들이 나온다. 일부 호화 벙커는 수영장과 체육관, 암벽등반 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며 한화로 3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더불어 개인용 항공기와 호화 요트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었다 한다.


부유층만의 풍경은 아니다. 대도시 중산층들도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가능한 이들은 도시에서 빠져나가 넓은 전원주택으로 이동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 임대료가 20%가 빠지고 부촌의 저택 값도 10% 내렸다. 뉴욕 맨하탄의 집값은 33%나 내렸다. 도시 탈출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아무나 도시 탈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재택근무가 가능하거나 프리랜서로도 충분한 돈을 버는 전문가그룹, 그리고 전원주택을 구해 이동할 여유가 있는 이들, 도시의 집은 그대로 두고 시골에 별장을 얻을 수 있는 이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도시에서 시골로의 이동은 저성장시대, 예견되었던 일인데, 코로나로 인해 앞당겨 추진되는 거라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조건으로 본다는 거다. 대도시 집값이 떨어지고 인구가 빠지고 있다면 좋은 일? “줌과 아마존에 의한 도시탈출의 비현실성”(디플로마티크 2021 1월호)이란 기사에서 브누아 브레빌은 도시 확대의 우려가 있다 말한다. 도시에 모든 직장과 시설이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도시가 그 경계선을 넓히며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는 불평등한 거대도시화가 이뤄질 뿐일 수 있다는 것. 자연으로의 회귀나 생태적인 변화가 아니라 ‘줌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온라인 기업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도시확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의 수도서울은 어떤가? 코로나로 시민들을 집밖에 돌아다니지 못하게 윽박지르고, 방역단계조정 및 핀셋 방역으로 영세상인들의 목을 조이면서, 철도와 강변북로에 집을 더 짓겠다는 걸 부동산대책으로 내는 이곳에 코로나시대에 대한 고민은 무엇인지. 서울에 정치적, 경제적, 교육적, 문화적 실질자원과 상징자원이 모두 몰려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걸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알고도 자기 이익을 위해서 그러는 건지. 한국의 코로나에 대한 대책은 딱 두 개다. K방역과 백신! 방역과 백신이 코로나에 대한 해결책이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으나(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빈곤층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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