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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평점 :
연구실을 박차고 거리로 나간 한 사회학자의 현장 탐험기
이 책은 아웃사이더로서 빈민가에 들어와 철저히 그들과 함께 하루를 지낸 삶의 기록이자, 이후 10년 동안 함께 정을 나눠온 시카고 빈민가 사람들의 이야기다... - 머리말에서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
인종의 셀러드(용광로라는 말은 현실을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라는 미국 사회에서 최하층에 위치한 흑인이면서 가난한 계층, 그러면서도 범죄가 난무하고, 폭력과 매춘, 마약에 찌든 빈민가에서의 삶을 예상하는 일은 그다지 힘들지 않을 듯 하다. 심지어 살인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던 암흑가의 한 복판에 멀지않아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수가 될 운명인 사회학자 수디르가 이곳을 방문하기에 이른다.
그는 사회학에서의 두 가지 커다란 연구 방법 중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삶을 연구하는 길을 택했고, 그러므로써 컴퓨터와 서류가 빽빽한 연구실을 박차고 약동하는 듯 하지만, 위험하기 그지없는 시카고의 외곽에 위치한 빈민가를 찾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10 년이라는 고독한 시간을 보냈으며, 외부에서 보기에는 혼란과 무질서로 인식되었던 빈민가에도 일정한 질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만의 규칙이 생활 속에 깊숙히 침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궁극적으로 그는 단순히 느끼고 연구해왔던 기존의 사회학적 방법과 피부로 느끼는 빈민들의 삶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으며,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괴리를 좁히려는 한 사회학자의 고민과 노력이 숨어 있는 살아 있는 연구 보고서인 셈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경험하지 못했던 대단히 낯선 환경에서 중요한 몇 가지 핵심을 짚어 낸다. 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곳을 지배하는 권력 구조였다. 단순히 총으로 무장한 범죄자들의 강압적인 지시나 명령이 권력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다. 질서는 분명 갱들의 폭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좀 더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만은 않았다. 정부 정책, 마약 거래로 벌어들인 돈, 경쟁업자들, 내부 정보, 심지어 경찰들의 '공식-비공식'적인 활동까지도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는 이 어두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수록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웠지만, 그에 비례해서 느끼는 생명의 위협은 커져만 갔다. 장애물은 도처에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연구를 결코 중단하지 않았다.
사실 이 책은 저자가 연구 과정에서 느꼈을 상당한 공포와는 대조적으로 대단히 흥미롭다. 특히 파라마운트사에서 영화화를 결정할 정도로 내용의 흐름은 대단히 시각적이며, 시카고 빈민가와 거기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범죄, 갱들의 생활, 권력과 경제 구조 등의 역학 관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등을 어렵지 않게 상상해 볼 수 있는 완벽한 현장 재현은 독자로 하여금 더 긴장감 있게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들면서 저자의 결론을 기다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으며, 사회학 연구 이상으로 의미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빈곤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은 사회학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연구 방법에 있어 컴퓨터와 통계의 도움을 받기는 쉬워도, 직접 참여적 관찰을 통해 뼈 속 깊이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저자에게는 이러한 고민이 커다란 의미가 없었으며, 그는 단호히 전통적인 사회학의 연구방법과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 쪽을 택했다. 그는 진정으로 빈민가에서 최악의 삶을 경험했으며, 그들과 교류했고, 목숨을 건 위험을 감수했다. 한 젊은 사회학자가 이러한 죽을 고생을 마다 않고 10 년이란 시간을 통해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 그는 이 소중한(한편으로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그토록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너무나도 쉽고 재미있는 살아 숨쉬는 한 편의 드라마 [괴짜 사회학]을 통해 그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범죄와 빈곤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