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일본 소설의 강점은 상상력과 뻔뻔스러울 정도로 시치미 떼는 환상성이 아닐까. 나는 일본소설을 그닥 즐기지 않는다. 일본문체의 특징인지, 번역 때문인지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내겐 늘 심심하게만 다가온다. 허세스러운 수식어 문장, 어려운 문장도 질색이지만, 분명히 아름다운 문체는 너무나도 큰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내가 꼽는 아름다운 문장은 단연 김연수의 문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줄기차게 읽어대는 유일한 일본소설이 있으니, 그것은 전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그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이 바로 이- 제목도 단번에 알 수 없는- 용의자 X의 헌신이다. (제목은 읽고나면 이해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용의자...X의... 헌신) 
히가시고의 책을 좋아하는 까닭은, 재미있는 이야기, 놀랍도록 풍부한 그의 지식과 관심사 등등도 있지만 무엇보다 언제나 휴머니즘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추리소설 작가가!!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담겨있는 그의 소설은 어떤 이야기든지 좋다. 그리고 늘 어떤 이야기든지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게 써낸다.   



*이 소설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내가 아는 추리 소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였고, 놀라운 추리와 전개였다. 너무나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탓에 영화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이미 여러편 나온 히가시노 원작의 영화들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헌데, 이 영화.  



*잘 만들었다. 책을 봐도 내용을 알아도 재미있다. 심지어는 한번 보고 또 보고싶다. 책 내용을 잊었을 만큼 오래되기도 했지만, 그때의 충격과 감상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른다. 역시 굉장하다. 무엇보다 캐스팅이 훌륭하다. 유카와 역의 후쿠야마 마사히루도 훈훈한 외모로 스크린을 빛내주지만, 단연 이시가미 역의 츠츠미 신이치의 열연이 돋보인다. 히키코모리같은 캐릭터의 이시가미가 영화속에서 분명히 매력을 갖고 있을 때, 관객의 편으로 만들었을 때 모든 사건과 결말이 합당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매력있다.  



*문제를 내는 천재 수학자와 문제를 푸는 천재 물리학자의 대결. 이 설정만으로도 흥미롭다. 이 영화는 뿐만 아니라 수학과 과학이라는 이성의 영역과 사랑이라는 감성의 영역을 치밀하게 대결시켜놓은 영화이기도 하다. 과연 사랑을 정의할 수 있을까. 풀수 있을까. 이제껏 숫자과 논리로 점철되었던 두 남자는 사건을 통해 사랑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보고자 한다. 

* 단순히 추리 사건을 푸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히가시노는 문제를 내는 사람을 등장시켜 더 치밀한 갈등상황을 유발한다. 물론 거기에는 탄탄한 논리가 뒷받침되니까 가능한 일이지만. 게다가 고정관념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으로 사건을 만들어 낸다. 기하문제인듯 보이지만 함수 문제인 것- 관객들 역시 모두 기하문제를 상상하다가 통쾌한 반전에 놀라게 되는 것이다. 

* 이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를 보고 나서 "대체 사랑이 뭘까"라는 질문을-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와 같은 질문을 읇조리게 한 점이다. 용의자 X의 처절한 헌신 뿐 아니라 각 인물들 주변에 포진해있는 그 사랑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말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삶의 한줄기 희망같은 그 사랑이, 그 사람이 이해되는 것이다.   

* 책을 다시 읽어야 겠다.  

* 그 훌륭한 두뇌를, 이런데 쓸 수밖에 없었다니.  

 늘 뉴스를 보며 드는 그 생각. 여러 사람에게 해주고 싶었던 그 말, 정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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