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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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은 그들이 지겨울 정도로 성가셨다. 그러나 그들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선하다고 할 만했다. 그러나 세상은 선한 것만으로는 부족한 곳이었다. 대책 없는 선함은 어리석음과 다를 바 없었다. 경우에 따라선 기소를 당하거나 감옥살이를 면할 수 없었다. 착하기 때문에 그들은 나쁜 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기준의 잘못이 아니었다. 잘못은 어딘가 망가지거나 삐뚤어진 세상에 있기 때문이다. 종종 기준은 자신이 잘못된 세상에 부역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비뚤어졌건 망가졌건 그가 숙주로 삼아 살아가야 할 곳은 그 세상밖에 없었으니까.​

알쓸신잡에서 순천을 여행하며 나온 말 중, 그냥 자신의 것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빨치산이라고 불리는 무리에 가담했다가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냥 나는 내 몫을 하고, 내 몫를 가지고 싶었던 것 뿐일 사람들은 힘이 좀 더 많았던 쪽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세상이라고는 그것밖에 몰랐다는 이유로.

자신의 현재를 온전히 선택하지 못한 '김기준'이라는 인물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동경하는 대상에 대한 질투인지,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를 색출해내기 위한 추적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감정이 엿보였다.
되고 싶었지만 되어보지 못한 것을 이뤄낸 대상에 대한 선망과 적의를 그대로 드러내지만 그것을 입밖으로 자신의 생각을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는다.

김기준이 최민석으로 가려진 이태주에게 가진 감정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구별해내기는 힘들다.

 

이야기는 최민석으로 시작해서 최민석으로 끝나는 것 같다.

존재의 이유이고 목적이었던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도 온전히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지나온 시대의 있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범인을 잡고 자백을 받아내며 끝나는 것인가? 하겠지만 끝난 뒤의 하무함이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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