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북로드 스토리 콜렉터스 혜택으로 따끈따끈한 신간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 멀지 않은 시점의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팩스턴과 지니아가 클라우드에 입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절박하고 다양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들어맞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클라우드에 입사하고 싶어한다. 클라우드는 꿈의 직장으로 불리며 일과 주거를 해결할 수 있어 삭막한 시대를 보내는 이들에게는 갈 수만 있다면 가고 싶은 곳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현실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의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모든 것이 제공되지만 그에 맞는 노동을 제공해야 하고, 끊임없이 현상태를 유지하거나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아니- 애를 써야만 한다.

블랙프라이데이 대학살.
   말만 들어도 어떤 그림이 그려진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대폭 할인된 물건들을 사기 위해 몰려들었을 사람들에게 가혹한 일이 벌어졌을 거라는 것쯤은.
이후 사람들은 집 밖에서 쇼핑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하며 누구나 돈만 있으면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쿠팡, 아마존, 알리바바가 생각나는- 업체인 클라우드의 존재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한다.

미국 전역, 곳곳에 마더클라우드를 세워 기점으로 삼으며 오프라인 소매점과는 되지 않을 만큼 가성비가 갖춰진 제품들을 제공하며 점점 더 몸집을 키웠다. 이제는 정말 클라우드가 없으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커졌다.

그런 곳에 각자의 사정으로 팩스턴과 지니아가 입사해 업무 분야를 배정받고 마더클라우드의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처음에 가졌던 생각과 다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런 모습은 익숙해지면서 타성에 젖어버린 모습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뭔가를 진취적으로 해내며 나아가기 보다는 제자리에 머물러 버리는 편리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394페이지
  전에는 미국의 평균 주간 근무 시간이 몇 시간이었는지 알아? 40시간.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쉬었지. 그리고 연장 근무 수당도 받았어. 건강보험은 금여에 포함됐었고. 그거 알아? 보수는 기이한 신용 시스템이 아닌 돈으로 받았어. 집도 소유했었지. 일과 별개의 삶도 유지했어. 그런데 지금은 어때? 당신들은 일회용품을 포장하는 일회용품이나 다름없어.
씁쓸한 부분이다. 난 지금 어떤 환경에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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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와 지붕과 평생 직업.
   거의 앞에는 넓고 평평한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는 뭔가로 향하는 긴 여정에서 갈증으로 죽어가는 것 외엔 아무런 희망도, 약속도 없는 죽은 마을들이 늘어선 세상.
   이렇게 간단히 그냥 걸어 나가면 그만이었는데. 어쩌면 이게 첫걸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불을 붙일 성냥과 충분한 시간과 산소만 있다면, 이곳의 모든 것을 바닥까지 죄다 태워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토록 거대한 것이 그렇게 약할 수 있을까?


+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시점은 깁슨, 팩스턴, 지니아가 나온다.
+ 깁슨이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뭔가 찝찝하고 씁쓸한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많았다. 사업가, 기업가로서는 그런 의견이 일견 맞는 것도 같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뭔가 비틀려 있는 것 같다.
미국 전역, 곳곳에 마더클라우드를 세워 기점으로 삼으며 오프라인 소매상으로는 더 이상은 소비가 어려워진 시대에 사람들은 바깥 출입을 하지 않으며 집에서 주문하고 배송되기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 편리한지 불편한지 구별하기 어렵다. 나는 둘 다 둘러보고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하는 편이다.
+ 창고에서 물건을 찾아 배송될 수 있도록 나르는 이들의 업무강도는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의 회사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오히려 몸집이 거대해지면서 인간적인 면이 사라지는 느낌이 더 크게 들었다. 일하는 사람도 길들여지는 느낌이라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 클라우드는 아직은 무게에 대한 제한이나 나라마다 다른 규제로 아직은 만나볼 수 없는 드론 택배로 물품을 배송한다고 한다. 최근 드론택시를 시운전했다는 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전혀 상관이 없거나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 전통적인 학대자의 전술. 사탕과 당근을 번갈아가며 반발을 죽이고 순순히 따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유도한다.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게 만드는데, 차악은 어느 순간 차선이 되어있다.
411페이지. 오블리비언 반입방법을 나도 알 수 있게 단서를 뿌려줬다.
   배송 후 복귀하는 드론에 실어서. 
   근데 또 근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적당히 다스리기 위한 방편으로 추적을 했다는 것도. 씹씰. 

+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언젠가 어떤 만화에서 이 이야기가 소재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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