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스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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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해보이지만 뻔하지 않은 전개를 보여준다. 점점이 뿌려진 단서를, 기시감이 드는 단어를 보고 문득 머릿속에서 피어난 의심을 뒤집어 완벽히 설득해낸 다음 사실을 토해내듯 뿌려준다. 사실이라는 것이 어떻든 진실과는 다르다.

시간은 성실하다.

편안함과 안식의 상징이 되어야할 가족으로 인한 괴로움으로 기운이 빠지는 느낌을 격하게 느끼던​

기자 이한나는 취재 도중 방화 사건에 휘말려 정신을 잃는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살아난 것인가?'에 대한 안도감인지 지침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교차하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자신을 이한나가 아닌 강유진이라 부른다. 거울에 비친 낯선 여인이 모습을 보며, 이유도 모른 채 타인의 삶에 던져진 그녀는 막막하기만 하다. '강유진'이라는 주인의 집으로 날아든 연락을 받고 자신을, 이한나의 모습을 한 강유진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이 쓴 소설 속 이야기처럼 자신들도 앞으로 1년이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는 강유진의 생각에 동의하며 자신을 서로에게 묻어넘기려 한다. 1년이 다 된 때에 벌어진 일은 주변에 얽힌 모두를 흔들어 놓는다.

​342페이지

검은 창 위, 유진이 나타났다.

이한나의 모습을 한 유진인지, 지금 내 모습을 한 유진인지 구분 짓지는 않았다.

둘 다 유진이었다.

죽은 이한나와 죽은 강유진의 모습이 형체를 찾고, 교차하고, 차례로 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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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영혼을 담아 가지고 있다던가- 어느 날 깨어나 보니, 다른 사람이 되었다가 1년 후 자신으로 돌아와 괴로움에 부딪히며 ​좌절하여 결국엔 자살하게 되는 이야기라던가- 하는 내용의 소설을 원래 강유진이 썼다고 한다. 절망과 주눅, 자신의 모든 것을 감추는 것에 익숙하다기 보다는 좇기듯 해내는 모습에 익숙한 강유진이 겪었던 이야기들은 잠깐의 단서가 나오면 생각하는 별로 좋지 않은 것들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빚을 만드는 재능만 있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두둔하는 엄마, 엄마를 안쓰럽게 여기는 동생. 멀어지고 싶기만한 가족이지만 가족이라서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같아도 그 짐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던 이한나도.​

어떤 일이 있어도 시간은 성실히, 제 갈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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